▲홍류동 소리길
김종길
예부터 홍류동의 명성은 대단했습니다. 내로라하는 시인묵객들치고 이곳을 다녀가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아니 이곳을 다녀가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붓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조선 초의 화가이자 문신인 강희맹은 이곳에 이르러 "이런 곳에 이름이 없으니 어찌 시인이나 글 쓰는 이들의 부끄러움이 아니겠는가" 라고 했습니다. 여행자도 어쭙잖게 감히 말해 봅니다. "이런 길을 걷지 않는다면 누가 여행자라 하겠는가."
그러면서 강희맹은 이곳의 물과 바위에 이름을 짓고 시를 남겼습니다. '시를 읊는 여울 음풍뢰, 붓에 먹물 찍는 채필암, ' 등이 그것입니다. 이곳 홍류동의 경치 좋은 곳에는 이런 이름들이 널려 있습니다. 도원경에 드는 다리 무릉교, 옥구슬 뿜어내는 분옥폭, 비 갠 달이 비치는 제월담, 신선들이 모여 노는 회선대, 낙화암에서 떨어진 꽃이 모이는 낙화담, 암석이 층층 쌓여 있는 첩석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