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간) 오후 로어 맨해튼 폴리스퀘어에 1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우리는 99%다", "매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자유광장(주코티파크)까지 행진했다. 지난달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최경준
탐욕의 상징이 된 투기적 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고, 투기적 금융자본에 문을 활짝 열어 그들의 운동을 보장하는 게 살길이라고 대중을 현혹하던 '탐욕과 위선'의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언젠가 필시 도래할 현상이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고용불안정, 자영소상공업자들의 몰락, 공적 서비스의 축소, 대량해고, 만연한 실업과 특히 청년층 실업의 확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 이미 대중의 목을 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중의 비참한 현실을 기반으로 은행, 증권사, 개인 금융대자본, 신용평가회사, 그리고 그들과 유착한 대자본들은 막대한 부를 이전보다 훨씬 독점하고 있다. 단지 과거와 다른 것은, 이런 탐욕의 행진에 일부 중간층마저 '개미군단'으로 포섭돼 있다는 점이다.
주가 등락에 많은 국민을 일희일비하게 하는 '포섭의 방식'은 탐욕의 메카니즘이 갖는 반민중적인 성격까지 은폐했다. 이것은, 20세기 초 독점자본주의의 탐욕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기초한 주식회사'의 등장으로 치유될 것처럼 간주되던 현실과 정확히 닮았다. 한때 세계화의 부작용을 경고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20대80 사회'라는 개념은 이미 순진한 말이 됐다. 곳곳에서 '1대99 사회'라고 탄식이 터져 나온다.
'낭떠러지 사회'의 출현, 누구 탓이지?한국 천민 자본주의의 비참한 현실은 더욱 가공할 정도다. 900만 명을 헤아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한계선에서 고통받고 있다. 청년실업도 10%대에 이른다.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에서 '해고는 곧 죽음'이란 경고는 이미 현실이다. 자살 등으로 17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보라.
청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고, 대학생은 '88만원 세대'로 그리고 '수험생'이라는 '위장된 실업자'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그나마 정리해고를 막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동조건을 확보하려면 김진숙씨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크레인 고공시위를 200일 넘게 해야 하는 상황. 정말로 한국의 현실은 가혹하다.
투기적 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이제 완전한 '낭떠러지 사회'를 한국에 출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