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못한 삼촌이 시범을 보여주셨다.
류옥하다
삼촌은 내가 못 올라가는 나무의 저 위에까지 올라가서 호두를 털었다. 정말 호두가 장대비 내리듯 내렸다. 그동안 나는 호두를 주웠다. 한 알 한 알 발견할 때마다 즐겁다. 그런데 아이쿠. 자꾸만 삼촌이 떠는 호두에 맞는다. 아니 뭐 삼촌이 나를 맞추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결국 삼촌도 자기가 딴 호두에 맞았다. 약간 고소하다.
호두를 다 털고 나서 호두를 하나 까서 맛을 봤다. 우웩~ 무지 떫었다. 당연히 말리면 맛있다.
호두를 따고 나면 호두를 벗겨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는 실은 호두의 씨다. 진짜 호두열매는 호두 밖에 녹색으로 붙어있다. (흔히들 껍질이라고 한다.) 이 껍질을 벗기는 건 매우 어렵다. 호두를 너무 세게 내리치면 호두가 깨지고, 한참동안 호두를 까다보면 손에 초록색 물이 누렇게 남아서 며칠을 간다.
이 호두의 껍질 부분도 쓸모가 있다. 껍질을 물을 내서 옷에 염색을 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의 치마도 호두치마다. 호두 물을 들이면 연한 갈색이 은은하면서 아름답다.
호두는 다른 견과류들에 비해 영양가가 높고, 특히 머리에도 좋다고 한다. 혈액 순환 촉진, 상처치유, 질병보호, 노화 지연, 근육 강화, 암 예방, 심장병예방, 당뇨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스크랜튼 대학 조빈슨 박사). 나도 열심히 많이 먹어야겠다!
그런데 호두를 따는 동안 하도 호두에 맞아서 호두 먹고 좋아진 머리보다 호두 맞고 나빠진 머리가 더 심각할 듯싶다.
호두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도 많다. 일단 우리가 휴게소에서 흔히 먹는 호두과자에서부터, 호두강정, 호두 볶음, 호두파이 등 듣기만 해도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는 맛있는 음식들이다. 나도 당장 어머니와 내일 만들어 봐야겠다.
호두를 두 포대나 따서 방에다가 말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기대된다. 가을날, 즐거운 호두 털기였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네 살 학생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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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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