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길 1코스에는 도락리 마을을 지난다.
전용호
그 길을 걸으러 청산도로 향한다. 완도항에서 청산도행 배를 탄다. 섬 여행은 불안하기만 하다. 배를 타고 다시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다. 행여 배 시간을 놓치거나, 사람들이 많아서 타지 못한 경우가 발생된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항상 서두르게 된다. 배편을 미리 예약해 놓는 것은 섬 여행의 필수다.
완도항 풍경이 좋다. 항구 가운데 자리잡은 작은 섬은 건너가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뒤로 한다. 바다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작은 섬들이 보이지 않는다. 올망졸망한 다도해를 보여주지 못하고 넓은 바다만 옅은 해무에 출렁거린다.
배안에서 만난 청산도 사시는 아주머니는 지도를 펼쳐 보이며, 이곳저곳을 꼭 가보라고 한다. 청산도를 다 보려면 하루만에는 안 된다고 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대충 한번 둘러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청산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다시 되돌아 와야 하는 시간을 계산해서 1코스에서 3코스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청산도에 내리니 커다란 표지석이 반긴다. 항구는 도청리에 있어서 도청항이라고 부른다. 배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내렸는데도 항구는 조용하기만 하다. 번잡함이 없다. 조용한 섬은 낮선 이방인을 조용조용 다니라고 슬며시 얘기한다.
영화 <서편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소리길
'슬로길' 1코스는 5.7㎞로 미항길, 동구정길, 서편제길, 화랑포길로 구성되어 있다. 항구를 따라 나오는 미항길이 끝나면 '슬로길' 시작을 알리는 '느림의 종'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종을 울린다. 청아한 울림이 퍼져 나간다. '느림'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