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 중심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서울시가 아니라, 정말로 따뜻한 관계망이 살아있는 서울시를 꿈꾸고 가꾸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패러다임은 생명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생명의 그물망을 인간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것이며, 지극히 사람 중심의 질서입니다.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오만과 편견은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모든 자연과 생명이 오직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생명과 자연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쓰다 버리지요. 공포의 광우병, 돼지독감(신종플루), 그리고 지난 겨울의 구제역 재난이라는 '인재'는 그렇게 발생했고, 곧 다시 닥칠 겨울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사람이 가장 귀하다' '사람 중심의 사회', 이런 말은 물신숭배, 배금주의, 자본주의를 겨냥해 쓰는 만큼은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들은 더 넓은 의미에서 그야말로 사람 이외의 생명, 즉 사람 아닌 동물들과 자연과의 공존이나 배려의 필요성을 담지 못하고, 나아가 그들을 경시하고 고통을 주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말입니다. 또한 그로 인한 나쁜 영향은 인간에게, 생태계에 미칩니다.
생명과의 관계는 공기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공동체 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생명의 존엄함을 무시하는 사회는 결국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서도 차별의 시선을 강화하게 됩니다. 이를 테면 말 못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생명을 수단이나 도구로 삼다 보면, 결국 지적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 아이, 이주민 등과 같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도구로 삼거나 지배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지성인이라면, 또는 '함께 사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하고자 한다면, 사람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