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총학생회는 지난 8월 31일부터 세종대 학생회관 앞에서 '주명건 복귀저지! 등록금 동결! 생협지키기!'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홍현진
하지만 전씨가 군대에서 제대한 2010년, 주명건 전 이사장은 '명예이사장'이 되어 5년 만에 학교에 돌아온다.
지난해 2월 사학분쟁조정위(사분위)는 주명건 전 이사장에게 '종전이사' 자격으로 정이사 7명 가운데 5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후 주 전 이사장 측 인사가 절대다수인 이사회는 그 해 4월 "정통성을 되찾겠다"며 이전 UI를 복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라틴어로 된 이전 UI는 주명건 전 이사장 재임 시절에 사용하던 것으로, 현재 주 전 이사장의 이름으로 특허청에 등록되어 있다. 2008년 당시 세종대가 새로운 UI를 채택한 데는 주 전 이사장으로 대표되는 '비리사학'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세종대 대학구성원들이 과거를 잊고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자는 의미가 담긴 UI를 만들고, 2년 동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사용했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어떤 논의도 없이 다 지우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교수님들이 1월에 받은 다이어리에 한글 UI가 찍혀 있으니까, 그걸 5월에 싹 다 거둬서 한글 UI를 없앤 다음에 다시 주기도 했어요. 임시이사체제 '흔적지우기'를 하겠다는 거죠." 전씨가 허탈하게 웃었다. 전씨는 지난 5월 19일, 다시 한 번 더 학교 벽에 '한글 UI'를 그려 넣는다. 이번에는 매해 축제 때마다 그래피티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벽면에 크게, 하나만 그리기로 했다. 그는 학우들에게 밝힌 '작업의도'에서 "이 작업은 우리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정도를 검증해보기 위한 것"이라면서 "'민주와 발전'의 의미가 담겨있던 스퀘어 UI(한글 UI)가 주명건 체제의 대학본부에겐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몰라도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원하고 있는 진정한 우리대학의 정체성이며 상징이며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5월 20일. 전씨가 그린 '한글 UI'는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이날은 세종대의 창립기념일. 주 전 이사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전씨를 비롯한 30여 명의 학생들은 행사장에 찾아간다. 전씨가 만든 'Joo(주)님의 상징'이라는 제목의 2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전씨는 교직원들에 의해 행사장에서 쫓겨나면서 이렇게 절규한다('Joo님의 상징' 보기(
클릭)) .
"여기 축하하러 오신 분들 잘 들으세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주명건이 이 학교에서 빼간 돈만 113억입니다. 저희 등록금만 113억이에요. 지금 이 사람한테 축하를 해주고 싶으십니까!"그로부터 한 달 여 지난 6월 30일, 주명건 전 이사는 이사회에서 '정이사'로 선임돼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생협 사라지고, 세입자들 쫓겨나고... 소송만 20건 넘어
▲세종대 인근 상가 세입자들이 세종대 본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홍현진
주 전 이사장이 돌아오면서 바뀐 것은 UI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1년 대학구성원 300여 명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세종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조합원이 4500여 명에 이르는 세종대 생협은 식당, 매점, 자판기, 도서관 사물함 등 학내 복지시설 전반을 운영·관리해왔다. 세종대 본부는 이러한 복지시설을 외부업체에 위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생협과 총학생회는 '세종대 생협을 살리기 위한 범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생협을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세종대 본부는 인근상가 세입자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군자동 세종대 캠퍼스 앞에서는 '인재양성한다는 세종대는 상식도 없느냐? 대학이 강제철거 웬 말이냐?'와 같은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세종대가 캠퍼스 건물 확장을 위해 인근 상가 건물을 매입함에 따라 세입자들은 보증금만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전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생협문제가 터지고 학교 측의 선거개입으로 총학생회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지하캠퍼스를 개발하고 땅을 매입하고 등록금이 오르고. 이 모든 것들이 주명건이 복귀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시점과 맞물려서 시작되요. 정말 깜짝 깜짝 놀라요. 교직원, 대학원생까지 다 합하면 1만 3000명 정도가 되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지금 주명건이 돌아오고 나서 학생과 교직원 등 학내구성원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소송만 20건이 넘어요."아이러니하게도 전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비리사학과의 싸움'을 경험했다. 전씨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두사부일체>의 배경으로 유명한 상문고등학교. 공금횡령과 성적조작으로 1994년 퇴출된 옛 비리재단이 6년 만에 복귀하면서 촉발되었던 '상문고 사태'는 결국 학생과 교사·학부모의 '투쟁'으로 구 재단을 쫓아내면서 막을 내린다. 전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 만나면 '네가 재수가 없다'고 말하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도권 잣대로 보면 뺏긴 것 많지만, 나는 복 받았다"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전상진씨.
홍현진
학교 측으로부터 2개의 소송과 함께 '강제졸업'까지 당했지만 전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진을 찍을 때도 "밝은 모습 찍어주세요. '너희가 아무리 나를 짓밟아도 나는 밝다'는 걸 보여줘야죠"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에 군대 갔다 왔는데 마지막 학기 남겨놓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저도 이제 나이도 있고, 언론사 시험 준비하려고 학원까지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외면할 수가 없는 거예요. 사실 사학비리와의 싸움이라는 게 긴 싸움이잖아요. 돌이켜 보면 20대의 모든 것이 이 문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상지대 학생들이나 이 싸움을 하는 학생들이 다 그럴 거예요. 20대가 참 중요한 시기인데, 비극이죠. 그런데 이 말은 진짜 써주세요. 고마워요. 주명건이라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정말 고마워요. 저항할 때 저항하고, 변화해야 할 때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겉으로는 재판과 정학과 늦은 나이. 사회 제도권의 잣대로 보면 뺏긴 게 많죠. 그런데 그만큼의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복 받은 것 같아요."현재 전씨는 '세종대 사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틈틈이 영상을 찍어왔고 올 12월까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매진할 계획이다.
한편, 세종대 수업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7월에 학칙을 변경한 것은 영어 때문에 졸업 못하는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일 뿐, 전씨가 생각하는 이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주 전 이사장의 복귀와 관련해 홍보과 관계자는 "2004년 교육부 감사 당시 교비 집행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횡령'이라고 볼 수 없고, 주 전 이사장을 횡령의 주범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주 전 이사장에게) 문제가 없으니까 이사회에서 정이사로 선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 무죄판결 |
한편, 지난 2007년 3월 대법원은 재단 공금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주 전 이사장은 2004년 세종호텔 등 재단 소유 계열사에서 공사비와 직원 급여를 속이는 수법으로 1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 전 이사장 혐의와 관련해)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이 신빙성이 없고 공소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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