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박규남 교수
119매거진
-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 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업무 협조미비가 문제시 되고 있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현재 보건복지부 소속의 1339(응급의료전문센터) 와 소방방재청 소속 119 두 가지로 응급시스템이 분화돼 있는 것입니다. 병원정보와 응급상황에 대한 안내는 1339에서 하고 출동과 환자이송은 119에서 하는데 양쪽의 협조와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 치료가 차질이 많은 것이지요.
1339는 각종 응급상황상담과 진료가능 병원 안내 역할을 맡고 있으나 3차 진료병원 주요 의사선생님들의 개인적인 부재상황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하는 등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one system으로 되어 있고 911에 환자 이송권한이 있어 가장 가깝고 적절한 병원으로의 환자 이송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도 빨리 일원화 체제로 바뀌고 119에 통합적인 권한 등이 있어서 '우리 삼촌이 **병원 과장이니까 잔소리 말고 그쪽으로 가주세요~~' 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서울성모병원이 강남권에서 유일한 권역응급센터로 지정됐다고 들었습니다. 권역응급센터란 무엇이고 성모병원이 지정된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우리나라 응급의료센터 체계는 권역응급센터와 지역응급센터로 나눠집니다. 인구 200만 명당 권역응급센터 1곳이 권장 되고 있지만 현재는 강북에 서울대학병원 1곳과 강남에 서울성모병원 1곳뿐입니다. 예전에는 서울에 서울대병원 1곳, 경기도에 2곳, 충남과 제주도에는 한 곳도 없는 등 아주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최근 119의 질적 수준 향상 등으로 응급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강남에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되게 됐지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려면 보건복지부 공모에 응모 신청한 후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6~10인의 응급의학전문의, 전용수술실 2개소, 전용중환자 병상 20개, 전용입원병상 30개 이상 등 엄격한 심사기준이 있습니다.
권역의료센터는 수익사업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에 의미를 두고 있는 일종의 사회사업입니다. 최후의료기관의 역할과 지역 중소 의료센터의 의료지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센터가 병원에 재정적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삼성이나 아산병원 등 큰 기업재단 병원들은 응모신청조차 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우리 병원은 내가 병원장과 관계자들을 겨우 설득해서 응모가 가능했지요. 다들 뚜껑 열어보니 얘기와 다르지 않냐고 질책입니다.(웃음)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응급의료체계를 자랑합니다. 협심증, 중증외상(다발성 외상), 뇌졸중 등 응급환자들은 우선적으로 ABC(A-airway, 기도확보 B-bleeding, 출혈멈춤 C-circulation 전신순환양호) 가 안정적으로 되도록 최우선 처치를 받고 추후 치료에 들어갑니다.
응급의학팀은 외상팀, 심근경색팀, 뇌졸중팀, 심정지팀으로 세분화되어 전문적 치료를 담당합니다. 응급상황 발생 시 해당의사의 응급실 도착시간, 각종 처치상황, 진료 상황과 각 단계 소요 시간 등이 모두 체크되어 보다 나은 응급의료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향후 2년 동안 중환자실에 20개 침상, 응급실에 30개 침상을 추가 배치할 예정입니다."
- 낙후된 응급의료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무엇이 있을까요?"우리나라 응급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응급실의 과밀화입니다. 서울성모병원만 해도 45침상에 70명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늘 과부화 상태며 대형병원들일수록 암이나 장기이식과 같은 의료수가가 보장되는 고부가가치 의료행위를 선호하고 응급실 환경개선은 외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언론은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연 3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하나 사실은 각종 산업재해를 포함한 수치고 단순 교통사고 사망자는 6000명 정도입니다. 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와 뇌사자의 숫자는 수만 명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률이나 회복률이 너무 낮아 대내외적으로 실숫자를 감추고 있는 실정이지요.
생존률 2.4% 의식회복률 1% 이내입니다. 다른 의학 분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응급실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는 preventable death (막을 수 있는 죽음)가 너무 많은 셈입니다."
- 응급의학의 선진화란 어떤 의미입니까?"요즘 보건복지부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인한 심정지후 심폐소생술로 다시 심장기능이 회복됐을 때 몸 안에 사이토카인이나 활성 산소 등 각종 독성물질이 뿜어져 나오는데요, 몸의 전반적 기능 회복이 안 된 상태면 다른 세포들이 공격을 받습니다.
특히 뇌세포들이 심하게 공격받기 때문에 심박동 회복 후 추후 치료와 관리가 없으면 뇌사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심폐소생술 보급은 다량의 뇌사자들을 양성하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심정지 환자 회복률은 타병원의 10배 이상으로 국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같은 최첨단장비와 많은 전문 의료진들이 있는 3차 진료병원은 이런 선진국형 응급의료에 치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뛴다고 해서 응급의료행위가 완료된 것은 아닙니다.
심정지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과가 환자를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세계적으로도 응급의학과의 치료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도 성모병원을 위주로 길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 저체온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원화된 응급시스템 때문에 감기나 가벼운 외상 같은 경증 환자들까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려들어 전문 의료진은 어쩔 수 없이 기본적 처치와 환자 분류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정부의 외면으로 인한 열악하고 과밀화된 응급실 상황 때문에 정말 위중한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에 침상이 없어 1,2차 병원으로 이송돼 위험한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지요.
막을 수 있는 환자 사망을 줄이고, 단순히 응급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선 그 후의 삶의 질까지 관심 갖는 것이 응급의학의 선진화라고 할 수 있어요. 고달픈 다른 진료과들과 마찬가지로 응급의학과도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말합니다) 같이 여유 있는 저녁시간과 편안한 주말이 보장되는 학과들에 밀려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정부가 응급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응급의학 종사자들에게 현실적인 안정감을 주고 응급의료 시스템도 선진화 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이중의 교수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 "아예 없다고 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