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광동 우채정 씨 집의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
정만진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의 측백수림은 '대구의 자랑'이제 천연기념물 또는 천연기념물급 나무를 살펴보자. 먼저 동구 내곡동의 모감주나무 군락이다. '대구시 기념물 8호'인 내곡동의 모감주 군락은 약 350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4그루와 5~10년생 약 100그루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들 자생한 것이다. 4그루의 모감주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안면도의 것들보다도 수령이 오래되었고, 나무 둘레도 31~45㎝로 크며, 높이도 8~10m로 웅장하다. 어째서 내곡동의 모감주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대구시청 홈페이지 등에 아무 언급이 없지만, 염주를 만드는 재료로 유명한 내곡동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한번 방문하여 꼭 눈여겨 볼 만한 천연의 나무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에 비하면 동구 도동의 측백수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아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당당히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의 영광을 뽐내고 있다. 물론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최고 보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도동 측백수림이 천연기념물 1호라고 해서 국가 제1일의 수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측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남방 한계선에 엄청난 군락을 이룬 채 자생하고 있는 도동의 측백수림을 두고 '답사객의 발길을 유혹하는 대구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수긍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도동 측백수림은 조선 초의 고위 관리인 서거정이 '대구 10경'으로 꼽은 것으로 보아 이미 그 당시에도 대단한 '울창함'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선 후기와 일제 식민지 시대, 그리고 해방 정국을 거치는 어수선한 틈을 타 남벌되면서 수천 그루에 이르렀던 도동 측백나무들은 크게 훼손되었다. 심지어 일제는 측백나무들을 마구 뽑아내고 그 자리에 전쟁용 석굴까지 조성하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 측백수림은 직접 답사하여 생생하게 확인하지 않고 사진만 보고도 전쟁 동굴을 판 일제의 참상이 너무나 선명히 드러나, 국가와 민족의 자주성은 결코 잃어서 안 될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학습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