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며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위기여서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시장 보선과 관련해 한나라당 쪽의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박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 문제가 일단 매듭을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정당에서 사실상 대한민국의 절반이라는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면, 그 당의 당원이 이를 지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데 이게 왜 '논란거리'가 되는가.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이 당의 대표를 지냈고,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다.
현 정부 중반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다는 점에서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말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해야 뉴스가 되는 게 정상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경원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가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4일 <오마이뉴스>인터뷰)는 질문에 "언론이 그렇게 쓰는데, 박 전 대표의 대선 스케줄도 인정해야 한다"고 점잖게 말했지만, 그로서도 유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야권이 후보단일화로 시끌벅적했던 데 비해 한나라당은 별다른 기사거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언론에 이 문제를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친박(박근혜계) 쪽의 태도도 이같은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박근혜의 '조건' 제시... 한나라당, 복지정책 발표시점 등 정해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31일 "10·26 재보선 지원유세는 당의 복지당론이 정리된 이후에 가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얘기에 앞서 당의 입장 정리나 당론을 국민이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친박 쪽은 부인했지만 자신이 지원에 나서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한나라당에 복지 당론부터 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이는 선거지원 의사부터 밝힌 다음에 해야 할 말이다.
지난 9월 29일에는 <중앙일보>가 박 전 대표의 측근 말을 인용해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즉각 "박 전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선거 지원 등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친박 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어떤 방식이나 수위든 10·26재보선을 지원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였다.
이번 논란은 박 전 대표의 '태도' 문제와는 별개로, 박 전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의존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한나라당이 복지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나라당 복지TF는 6일 '한나라당 복지비전과 복지정책 방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런데 이 보고는 애초 계획됐던 보고 시점보다 앞당겨졌다. 박 전 대표의 조기 '선거지원 선언'을 끌어내기 위해 그의 '복지당론 정리' 요구에 맞춘 것이다. 친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달 28일 "복지정책을 중요한 부분만이라도 앞당겨서 보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점뿐 아니라 내용까지도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연상시키는 '평생 맞춤형 복지'가 그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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