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피자 공수... 월가에선 무슨 일이

월가 시위 확산일로... 제안자도 놀란 정치적 파급력

등록 2011.10.06 15:23수정 2011.10.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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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에 분노하며 뉴욕 맨하튼 주코티 공원을 점거하고 벌어진 미국인들의 시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가 뉴욕을 넘어 전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로 시위의 여파가 확산되면서, 당초 이 시위의 제안자로 알려진 캐나다의 비영리 계간지 애드버스터즈의 편집장 칼리 라슨은 일본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과의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예상 이상의 규모다"라며 놀라움을 밝혔다.

그는 튀니지를 시작으로 하는 중동 민주화의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그 기저에 흐르는 심각한 빈부격차가 현재의 미국도 다르지 않다고 느껴서 9월 17일 시위를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19세부터 25세까지의 젊은이 40% 이상이 무직자인 상황과 대조적으로 현재의 위기를 불러온 월가의 "금융계의 협잡꾼"들은 무사 태평이라고 분노했다. 유튜브에서 3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미국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월가 금융 엘리트들의 파티 장면은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칼리 라슨은 10월 1일 7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건이 미국민들과 세계가 월가 시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15일에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지지시위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에까지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목표에 대한 지적도

연일 기세를 더해가는 월스트리트 시위에 대한 여러 소식들 중 자유분방한 시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시위대의 뚜렷한 목표를 알 수 없다는 문제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10월 1일 700여 명의 대규모 연행사태가 벌어진 이후 뉴욕타임스 칼럼(The Bankers and the Revolutionaries)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 대해 당초 농담처럼 취급되며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번 시위가 인터넷의 효율적 활용과 인상적인 조직력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위험은 사회화하고 은행의 이익은 사유화되는, 그래서 '대마불사' 은행들에게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회생하지만, 납세자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미국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여론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불안한 지점은 이들의 요구사항에 있다고 월가 시위의 구체적 목표 부재를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20달러 지폐에 인쇄된 앤드류 잭슨이 인디언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20달러 지폐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지금의 위기를 만들어낸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방향으로 좀 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몇 가지 목표를 제안했다.

첫째는 금융거래세의 부과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이 주장한 모델이다. 변덕스러운 금융자본의 투기적 거래를 막아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둘째는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증여세'와 '설립자 주식'의 구멍을 막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젤Ⅲ협약에 따라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준수와 투기적 거래에 대한 참가 유혹을 막을 수 있는 볼커룰의 수용 그리고 은행세의 도입 등이다.


공통점을 찾아 조금씩 움직일 뿐

목표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대해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시위 참가자의 다양함만큼이나 이들이 지향하는 바도 여러 갈래다. 한겨레 권태호 특파원의 월가 시위 현장 르포기사에 나타난 시위참가들의 인터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곳엔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이 뒤섞여 있고, 지향점도 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와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공통점을 찾아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공식적인 목적도, 이루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도 없다"-에릭 깁스(39)

"저항(protest)이라기보단, 운동(movement)에 더 가깝다"며 "'아랍의 봄'처럼 당장 월가가 바뀌진 않겠지만, 월가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 된다면, 결국 세상은 변화될 것"-로니 누네즈(24)

-한겨레 인터넷판 2011. 10. 5. 국제 " '99%의 분노'는 시민혁명과 저항문화 중간지대"-권태호 기자.

우리도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 저항의 정치문화를 경험했다. 촛불로 상징되는 평화와 비폭력 그리고 연대의 의미는 이전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살인사건이나 2003년 이라크 파병, 2004년 탄핵 등의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자발성과 비조직성 그리고 기저에 흐르는 문화적 유쾌함이 그 이전과는 달리 정치적 구호의 무거움을 넘어서 더욱 발랄하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촛불집회과정에서도 정치적 요구의 집약과 실행의 일사분란함이 그 이전의 조직적 사회운동에 비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기성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정당이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 정치제도를 넘어선 거리정치와 직접민주주의 맹아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당정치가 담아낼 수 없는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는 흘러 넘치며 당사자로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학교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발적이고 건강한 정치운동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등록금 해결을 위한 대학생들의 거리 집회에 수많은 시민들이 통닭과 피자를 보내며 격려한다든지, 35미터 크레인에서 수백일을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연대의 의지를 보내는 희망버스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다.

2011년 미국의 가을도 이와 다르지 않다. 1% 월가 금융 지배층의 탐욕과 고통받는 대다수 99% 미국민들의 고통을 알리고 무책임한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의 목소리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에 저 멀리 유럽에서 격려의 피자를 보내오고 거기에 "나는 고기 빼고 야채"라고 유쾌하게 답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라. 국민건강권에서 시작해 소통의 민주주의라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그를 탄압하는 물대포에 맞서 비장하게? "온수! 온수!"를 요구는 상큼발랄한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이렇게 불을 붙였으면, 그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할 사람들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아닌가?
#월스트리트 #뉴욕 #맨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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