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고추와 새우젓육젓이 맛있는 이유는 새우가 6월 즈음에 허물을 한 번 벗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씹히는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오창경
부여에 살면서 음식에 대한 상식이 깨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새우젓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것이다. 풋고추는 고추장에만 찍어 먹는 줄 알았는데, 새우젓에 풋고추를 얹어 먹는 맛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적당히 곰삭아 새우 살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육젓과 적당히 매운 풋고추에 어우러진 물 말은 밥 한 그릇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당기는 충청도 음식의 특징이다. 서해안 해산물과 일조량 풍부한 들에서 나는 먹거리로 차려서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음식이 충청도의 맛이다.
충청도 대표 음식을 검색해보니 호박범벅, 쇠머리 찰떡, 칼국수 등이라고 소개되었다. 칼국수는 한 끼를 가볍게 때우기 좋은 음식이다. 비 오는 날, 호박과 감자를 넣고 구수하게 끓여낸 칼국수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칼국수가 충청도에서는 해산물과 만나서 푸짐한 한 끼가 되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보령·서천·오천 등에 가면 다양한 칼국수집이 성업 중이다.
서천의 금강 하굿둑 관광지 안에는 해물 칼국수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집집마다 넣는 해물이 다르고 육수가 달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어느 지역이든 한 가지 메뉴로 거리가 조성된 곳의 맛은 이미 검증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해안의 기름진 갯벌에서 잡아낸 바지락·생합·굴·새우가 듬뿍 든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충청도의 인심과 바다의 향기가 느껴진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군산·장항 등의 직장인들로 주차장이 북적인다.
몸은 뜨끈하고 가슴은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금강 하굿둑에 서서 바다와 강을 동시에 바라보면 세상살이의 시름도 잊힌다. 이곳에서는 칼국수가 익는 동안 보리밥과 열무김치로 미리 입맛을 다실 수 있게 해준다. 보리밥 혼식을 강요하던 정권 하에서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에게는 학창 시절 보리 혼식 도시락에 대한 추억도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다.
가공하지 않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끌리는 부여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