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가리봉엔 '기적의 병원'이 있다.
조호진
작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1559곳,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합치면 2000곳이 넘는다. 동네 병의원들이 문 닫더라도 동네 환자들은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동네 환자들도 대형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들 병의원의 폐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닫으면 절대 안 되는 동네 의료기관이 있다. 이주민의료센터다. 병원 운영은 수입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주민의료센터는 환자들에게서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무료의료기관이다. 경영에 사활을 건 병의원들도 문 닫는 판국인데 무료진료에 사활을 건 의료기관이 문 닫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2~3년 운영하고 만 게 아니라 7년째 문을 활짝 열고서 환자들을 맞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에 있는 이주민의료센터는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가난한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 의료기관이다. 국내 환자들은 받지 않는다. 이 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돈 없는 이주민 환자를 내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 사는 가난한 환자들마저 찾아오고 있다.
2004년 설립된 이주민의료센터는 지난 7년 동안 자금난에 의한 폐쇄위기를 반복해 왔다. 매년 10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환자에게선 돈 나올 곳이 없고 정부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니 운영난은 당연했다. 그런데 7년째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니.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이주민의료센터를 설립한 김해성(51) 목사는 3명의 상근의사를 비롯해 방사선기사와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모두 20여 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주민들의 생명을 살리자는 소중한 취지로 병원을 세웠지만 임금이 체불되면 김 목사도 노동청에 불려가야 한다. 그런데 개원 이후 7년 동안 한 번도 소환된 적이 없다.
이주민의료센터를 지키는 힘은 후원자에게서 나온다. 그 후원의 줄기는 세 갈래인데 하나는 대우증권, 외환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증권금융, 아산재단, 이원의료재단, 하나제약 등과 같은 기업-기관의 '든든한 힘'이고, 둘째로는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 모아서 돕는 '개미의 힘'이며, 마지막 셋째로는 이름도 빛도 없는 '익명의 힘'이다.
익명 천사 '여호와이레'를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