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선생의 '그날의 오면' 일제총독부 검열판 원고. 오는 8일부터 당진에서열리는 상록문화제에서 심훈 선생의 육필원고 30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심규상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 선생. 광복의 염원을 처절하게 울부짖은 시 <그날의 오면> 등으로 알려진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영화 <먼동의 틀 때>를 감독한 영화인. 그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축제가 오는 7일부터 3일간 상록수 집필지인 충남 당진 필경사를 비롯 당진군 일원에서 열린다.
상록문화제는 다른 축제와 대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행사기획에서 개최까지 모든 과정이 민간주도로 열린다. 100여 명이 참여하는 상록문화제집행위(위원장 최종길)를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지역예술인들이 행사의 주최자다. 특히 올해에는 상록문화제집행위와 심훈기념사업회(공동회장 김형환)가 통합돼 축제준비에도 더 큰 힘이 모아졌다.
축제기간동안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몇몇 초대된 가수나 예술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당진지역의 이웃들이다. 청소년 축제에서 시조, 민요, 스포츠댄스, 외국인장기자랑 등 남녀노소가 어울린다.
지역 예술인들과 사회단체 봉사자들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해온 작품 활동과 봉사활동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점도 상록문화제만의 볼거리다. 서예, 미술, 사진 전시회를 비롯 종이접기, 네일아트 등 20여 가지의 체험행사와 무료이발과 재미있는 심리검사, 군내 음식업체에서 운영하는 음식관도 매년 등장한다.
하지만 올해 35회를 맞는 상록문화제가 특별히 준비한 행사가 있다. 행사기간동안 최초로 심훈 선생의 유품 3000여 점을 특별전시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 선생의 삼남 심재호 씨가 미국 심훈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유품을 당진으로 공수해온 것은 지난 8월 말이다. 심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당진에서 거주하며 작품의 체계적 분류와 정리 작업을 해왔다. 이를 상록문화제 행사장에 마련된 심훈이동 특별전시관에서 공개하기로 한 것. 심씨는 아버지 심훈과 그의 작품에 대해 관람객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특별전시 작품에는 심훈 선생의 <탈춤>, <상록수> 영화각본, 영화 <먼동이 틀 때> 촬영본, <그날이 오면> 일제총독부검열판, 장편소설 <상록수> 및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 원고, 붓으로 쓴 절필 원고인 <오오 조선의 남아여> 등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심씨와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함께 하는 1박2일 문학여행도 진행된다. 사전에 신청 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씨가 전하는 아버지 심훈의 삶과 작품, 김용택 시인의 특강이 펼쳐진다. 함께 1박을 함께 하며 심훈 선생과 일제강점기, 근현대 문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의 밤을 보낼 수 있게 기획됐다. 또 필경사를 비롯 안섬휴양단지, 개심사 등 관람이 예정돼 있다. 대전과 공주, 예산 등에서 출발하는 버스 편도 마련돼 있다. (문의/ 상록문화제집행위 041-357-5141)
영화인 심훈에 주목한 전국 UCC 공모전에 참여한 작품도 상영된다. 심훈 선생은 1962년 <먼동이 틀 때>의 원작, 각색, 감독으로 단성사에서 개봉을 했던 영화인이기도 했다.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을 거듭해 독립영화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상록문화제에서는 지역문화제로는 드물게 전국 규모의 문학상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5회를 맞은 심훈문학상 수상자인 이서진(작품 '강변에 서다')씨의 시상식도 축제기간 중 진행된다.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상록문화제는 주민과 지역문화인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문화제의 전통을 변함없이 지켜가고 있다"며 "특히 한 장소에서 축제의 모든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 어느 해보다 세심한 준비를 기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