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에게 필요힌 것은 진실성, 용기. 겸손김현정 앵커 인터뷰
미디어오늘 이치열 사진기자
- CBS <김현정의 뉴스쇼> 복귀 인터뷰를 계속 미루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한마디로 말해 정신이 없었어요. 시차 적응이 안됐다고 해야 맞으려나요. 1년의 공백이 생각보다 컸어요. 아침 방송에 다시 적응하고 그동안 못 따라갔던 뉴스 따라가는 것도 벅찼어요.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방송 2시간 하는 게 뭐가 힘드냐'고 하시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심적 여유가 생길 때까지 인터뷰를 미뤘던 거랍니다."
- 복귀 첫날 목소리 톤이 상기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뉴스쇼' 시작할 때와 느낌이 또 달랐을 것 같은데?"많이 달랐죠. 처음보다 훨씬 더 떨렸고 훨씬 더 흥분됐습니다. 사실 제가 1년 전에 떠나면서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올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1년이나 자리를 비우면서 '저를 위해 이 자리를 비워놓으세요'라는 말은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나름대로는 '영영 이별일 수도 있겠구나' 욕심을 버리고 떠났지요.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1년 만에 다시 돌아와서 진행을 하니 이게 기분이 뭐랄까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묘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부담이었나요?"1년을 비우고 돌아왔는데 기다려준 청취자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엄청 났습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지 몰랐어요(웃음). '아 김현정이 여전하구나'라는 말이 나와야 하고, '쉬니까 재충전돼 훨씬 나아졌구나'라는 느낌을 드려야 해서 부담이 커요."
-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 경 회사 도착. 방송을 하고 아침 먹고 10시 반부터 제작회의. 1시간 반 정도 회의를 하는데 그 날 방송에 대한 평가부터 정치권 논평 등 다양한 수다(?)들이 오갑니다. 그 결과물로 섭외에 들어가지요. 점심을 2시쯤 먹고 계속 일하다 6시쯤 저는 퇴근하지만 제작진은 밤늦게 까지 있을 때도 있지요."
- 섭외가 어렵잖아요."어렵죠. 어떤 날을 바로 되지만 대부분은 안 그래요. 일정이 안 맞을 때도 있고 정치인들의 경우엔 민감한 것은 피하려고 하니까 어렵고 아이템 자체가 없을 때도 많아요. 어떤 날은 사건이 쏟아져서 시간이 부족할 지경인데 또 어떤 날은 저녁까지 기다려도 아이템이 안 나타나는... 사건이 없어야 평화로운 세상인건 맞는데 시사 제작진으로선 힘들어요(웃음)."
- 김 앵커의 강점이라면 누구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인터뷰 후에는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물론 있죠. 항상 있어요. 인터뷰 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잠 못 잘 때도 많아요. '이 질문을 할 걸' 하는 생각이 계속 나요."
- 가장 아쉬웠던 인터뷰를 뽑으라면?"너무 많은데...(웃음) 최근 것 가운데에는 고대 성추행 피해자 언니 인터뷰가 뉴스쇼를 통해 처음 나갔어요. 그 인터뷰 영향력이 대단했어요. 노컷뉴스 기사 중에 역대 클릭수가 최고였다니까 상상이 되시죠. 가해자들에 대한 학교의 처분이 확정되면 피해 당사자와 다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처분 결정이 나고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재판 과정에서 시달리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되고 힘들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를 못 한 것이 아쉬워요. 저희 피디와 개별 통화해서 했던 그 이야기들을 다 풀어주길 바랬는데."
- 수많은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무엇인가요?"복귀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며 한국에 온 일본 신도 의원과의 인터뷰예요. 어려웠던 점은 감정 컨트롤이었습니다. 독도 이야기 하다보면 으레 흥분할 수밖에 없는데 제가 흥분하는 건 일본 의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죠. 역사적,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차분히 이른바 '쿨 하게' 접근하는 게 목표였어요.
어쨌든 인터뷰를 끝내고 반향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5위 안에 제 이름이 2개가 오르는 신기한 체험을 했네요.(웃음)"
- 1주년 인터뷰 때 뉴스 앵커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답변을 2년 후에 하겠다고 약속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답변 해 주시겠습니까? "진정성과 용기와 겸손 세 가지를 꼽겠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생방송으로 한 시간 반을 만나다보면 이 사람의 성품과 생각하는 바가 고스란히 다 드러납니다. 아무리 가식적이고 포장을 하려고 해도 결국엔 다 들어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용기인데 시사 진행자의 기본이죠. 눈치 보지 않고 지를 수 있는 용기, 또 사적인 관계, 사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 세 번째 덕목은 겸손이에요. 시사 프로다보니 우리 사회의 이른바 '거물'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많아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자기가 거물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요. 그럼 안 돼요. 거물들 앞에서 겸손하라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