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충북고추연구소장28일 이종민 충북고추연구소장 자신이 생산한 고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화영
"고추 가격이 뛰었다고 값을 올려 받을 수 있나요. 나를 믿고 거래하는 소비자와 무언의 약속을 지켜야죠"'고추대통령' '고추농사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종민(59)씨의 말이다. 충북 음성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그의 공식직함은 충청북도고추연구소 소장이다.
이 소장은 자신이 땀 흘려 노력한 대가에 농자재 등 재료비를 계산해 일정금액을 정하고 아무리 고추 가격이 등락 하더라도 그 이상이나 이하로 팔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번 고추가격 폭등에도 단골 고객에게 자신이 정한 600g(1근)에 1만5000원을 넘겨 팔지 않고 있다. 연간 수입을 3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그는 현재 시세인 한 근에 2만2000원에 판매하면 2억 원의 추가 소득을 볼 수 있지만 이를 포기했다.
"우리 고추는 20년이 넘게 거래하는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고정 고객이 900여 가구에 이르지만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도를 비롯해 미국 등 외국에서도 주문을 해주십니다. 사람의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우리집 고추 맛을 본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죠. 이들은 3000원에 고추가 거래될 때 1만 원에 우리 집 고추를 사먹었습니다. 이런 거래가 가능했던 건 서로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농산물 가격이란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지금은 고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폭락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고추가격은 37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말들 하지만 저에 대한 단골들의 믿음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는 다른 고추 농가에서 가격을 올려 받으라는 성화에도 소비자와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이 소장은 까칠하다. 아무나 쉽게 단골로 인정하지도 않거니와 돈 있다고 한사람에게 무한정 고추를 팔지도 않는다. 그는 고추 농장을 직접 방문해 재배, 수확, 세척, 건조 등 고추생산 과정을 직접 목격해야 단골로 받아들인다. 또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을 18kg(30근)으로 한정해 놨다.
여기에는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라는 의미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고추를 먹이고 싶은 그의 욕심이 담겨 있다.
중졸 학력에 교과서에 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