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알고 보니 '남이었다'

[두만강 문화·예술기행 6] 백두산 천지로 가기 위한 '아귀다툼'

등록 2011.09.27 13:51수정 2011.09.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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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도문에서 열린 '2011 연변의 여름, 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그 현장의 이야기를 몇 편으로 나누어 연변과 도문, 중국 쪽에서 본 백두산의 모습까지, 중국 속 한국에 관한 얘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기자 글>

우리를 맞은 것은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이라는 안내판


중국에 도착한 이후에 공연 준비하랴 공연하랴 쉴 틈도 없이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을 위해서 공연이 끝나고 백두산을 다녀왔습니다. 백두산 가는 길은 장시간 버스를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관광이라 불린다는 백두산관광. 우리도 장장 왕복 8시간에 걸친 버스 탑승으로 숙소에 다시 도착했을 때에는 심신이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출발한 우리는 버스 안에서 헤드뱅잉을 해가며 음악을 듣고, 가이드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주위 풍경도 감상하면서 4시간을 보내고 백두산에 도착했습니다.

백두산 입구에는 커다랗게 장백산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백두산이 우리 민족의 산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서였는지 정작 도착한 입구에 쓰여 있는 장백산이라는 이름 앞에 위화감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영산을 먼 길을 돌아 다른 나라로 올라야 하는 현실이 그다지 유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백두산은 매표소부터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주말이 겹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백두산은  매표하는 데 만도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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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천지로 가기 위한 아귀다툼

뜨거운 햇볕과 오랜 기다림으로 기운이 빠져나갈 때 쯤 도착한 비룡폭포(장백폭포).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공기. 내려오는 길가에는 노천 유황 온천수가 흐르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 관광객들의 물병을 받아서 온천수를 떠서 담아주는 모습도 흥미로운 광경이었습니다.


비룡폭포에서 내려와 백두산의 하이라이트인 천지로 올라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타는 광경을 보고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는 천지로 올라가는 버스를 잡기위해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를 덮치듯 버스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처음에는 과격한 사람들의 모습에 소심하게 움직였지만 3-4대의 버스를 보내고 나니 하이에나 그자체가 되어 버스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버스에 먼저 당도하는 가이드들은 자신의 일행을 버스에 태우기 위해 입구를 막아서고 일행이 아닌 사람들을 버스에서 밀어내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로인해 사소한, 아니 사소하지 않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무리도 역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올라타는 버스에서 다른 무리에 의해 밀쳐졌는데 그 하이에나 무리는 중국인들이 아닌 다름 아닌 한국인 일행들이었습니다. 언성이 약간씩 올라가는 광경을 보면서 중국 땅에서 만난 한국인들끼리 그것도 백두산에서 버스를 올라타는 일 가지고 언성을 높이다니 제 스스로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백두산에 와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다가도 정작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서로 욕을 하며 언성을 높이게 된다니 얼마나 모순에 찬 모습인지. 한편으론 너무나 인간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다시 엄청난 인파에 흡수된 채로 2시간의 기다림 끝에 천지로 올라가는 지프에 탑승. 지프에 탑승하자마자 긴 기다림의 따분함은 어느덧 싹 가시고 곡예수준의 와일드한 기사님의 드라이브 솜씨와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에 소리 지르며 천지로 직행했습니다.

확연히 달라진 차가운 공기와 눈앞에 펼쳐진 신비한 광경에 넋을 놓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산맥들과 봉우리들에는 다른 산에서 펼쳐지는 절경들과는 전혀 다른 광활함과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배어 있었습니다. 나무의 가지나 잎, 열매에서 보이는 땅 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무겁게 땅 밑에 단단히 뻗어있는 뿌리에서 느껴지는 듯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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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천지에서 기운을 얻다

천지를 내려다보며 느낀 대자연의 신비로움 또한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의 웅장함과 견고함은 신성함 그 자체였습니다. 천지를 내려다보면서 느낀 감정, 기분을 사진처럼 포착하여 담아둘 수 있는 상자가 있어 두고두고 담아두고 원할 때마다 꺼내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하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끝없이 넓고 아득한 이 자연과 그 광경이 인간에게 주는 경이로움이란? 과연 자연이라는 것이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는 존재일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자연을 독점하고 개조하려는 사람의 탐욕이 새삼스레 안타까웠습니다.

365일 중에 260일은 안개에 덮여 쉽게 볼 수 없다는 천지가 우리 앞에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창한 천지를 보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차치하고도 그동안 공연을 준비하면서 보낸 고된 시간과 도문에서 공연을 올리기까지 겪은 산전수전, 무대에서의 감정 노동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천지에서 그 모든 소비를 상쇄하고도 남을 기운을 충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 함께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 함께 포스팅됩니다.
#백두산 #장백산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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