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정2지구 내엔 흙벽돌로 지은 집들이 꽤 있다. 이런 집들이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붕괴되고 있어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7월 27일 집중폭우로 인한 피해 현장.
한만송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지난 7월 27일 내린 집중폭우로 인해 건물(십정동 216-87번지, 위에서 두번째 사진)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그나마 붕괴 위험을 확인한 공무원들이 입주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불과 몇 시간 후 집이 붕괴됐다. 산비탈 위에 있던 가옥은 붕괴되면서 아랫집을 내리쳤으나, 다행히 안전망에 걸려 대문 등을 파손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로 인해 아랫집 5가구가 시급히 이주해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이 같이 붕괴 위험이 있는 가옥과 담장, 시설물이 즐비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LH가 천문학적인 빚을 핑계로 장기간 사업을 중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곰팡이 핀 공부방에 거주하며 딸 결혼시켜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이런 소식을 듣고 십정2지구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지난 8월 22일 이곳에 홀로 들어와 지내고 있다. 한 달이 지난 22일 오전 7시 무렵에 이곳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인 해님방에서 홍 구청장을 만났다.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슈퍼마켓 주인은 "구의원, 시의원 할 때부터 알았다. 국회의원도 지낸 구청장이 이곳에 와서 지낸다고 할 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달 넘게 이곳에서 지내니 주민들도 꽤 힘을 얻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홍 구청장이 머물고 있는 해님방은 홍 구청장이 대학 졸업 후 빈민운동을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는 낮에는 구청장 업무를 수행하고, 밤엔 이곳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해님방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동네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기도 한다.
해님방은 아이들 물품이 곳곳에 쌓여 있고, 벽지엔 곰팡이가 피기도 했다. 화장실이 협소하고 마땅한 세면시설이 없어 머리를 감을 땐 임시 방편으로 양변기에 머리를 대고 물을 붓기도 한다. 그는 편안한 집을 나두고 왜 이곳에서 살까.
"난 이곳에 빚이 참 많은 사람이다. 빚을 갚는 맘으로 이곳에 왔다. 내가 57만 명의 행정 책임자로 있는 곳의 주민들이 붕괴 위험이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방치돼 살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냐?" 그는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에 생일을 맞았으며, 막내딸도 결혼 시켰다. 추석 명절에 잠시 집에 들렀다 온 것이 전부다. 나이 육십을 코앞에 둔 여성이 한 달째 이곳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