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일까? 쿠션일까? 내가 만든 특대형 생리대
김미란
"이게 뭐야?"
손바느질로 만든 생리대를 본 몇몇 친구들이 웃기부터 한다. '인형이다' '쿠션이다' 의견이 분분한데 잘 때 쓰려고 만든 생리대라니까 더 깔깔거리고 웃는다. 바느질 동아리에서도 해보지 않은, 내가 직접 디자인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쓴 지 11개월이 되어간다. 면 생리대를 쓸 결심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엄두가 안 났다.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일일이 빨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생협의 마을 모임에서 면 생리대 만들기를 한다는 짧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즉시 달려가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촌스럽다고 거부할 줄 알았는데... "엄마, 써보니 괜찮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초경을 하자 엄마는 넓적한 기저귀를 이리 접고 저리 접고 하시더니 기막히게도 풀리지 않게 띠를 만들었다. 또 아기들이 쓰는 가운데가 구멍이 나 있는 뽀도독 소리 나는 노란 고무줄로 기저귀 차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 독특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은 기억도 안 나는 내 유아 시절 대소변을 받아낸 기저귀의 느낌일 거라 상상이 되었다.
일회용을 사 놓지 않았던 터라 학교갈 때도 기저귀를 묵직하게 차고 갔다. 어떤 때는 가정 선생님께 두어 개 얻어오기도 했다. 선생님이 "여성끼리 패드를 거저 주고 받는 것은 우리만의 미풍"이라 말하신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이 다급해 할 때 나도 거저 주라는 뜻이리라.
그때는 날개형이나 울트라 슬림 같은 기술이 나오기 전이라 일자형에다 두껍고 커버의 질감이 안 좋은 데다가 잘 넘쳐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일회용을 쓰고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사용했다. 집에서 잘 때만 면 기저귀를 쓰고 내가 직접 삶아 빨랫줄에 죽 널어 놓으면 깨끗한 빨래에서 나는 향기가 마당에 가득 퍼졌고 하얀 빛으로 눈부셨다.
올해 중2학생인 딸에게 면 생리대를 권해봤다. 촌스럽다거나 별나다고 해서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딸은 순순히 써보겠다고 한다. 생리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사용한 패드를 다시 싸서 들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회용을 쓰고 집에 있을 때는 면 생리대를 쓰고 있다. 촉감이 그저 속옷 한 겹 더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특히 내가 특수 제작한 특대형은 잠 잘 때를 위한 '안심형'이다.
면 생리대가 공장에서 만든 생리대와 가장 다른 점은 말 그대로 순면 감촉이다. 얇아도 부직포 같은 느낌의 일회용은 조금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가렵고 답답하지만 면 생리대는 그렇지 않다.
또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화학 생리대는 화학 약품이 분비물과 섞여 이상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 그게 싫어서 한방 생리대를 써 보았더니 한약재 냄새가 너무 강해 주변 사람들에게 '저 달거리해요'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면 생리대는 자연스러운 혈액 냄새 정도가 날 뿐이다.
그리고 내 스스로 관리하니 깨끗하다. 삶아 햇볕에 말리고 마지막 헹굴 때 식초를 조금 섞어 주면 비눗기도 싹 없어진다.
면 생리대 팔아보니... 예상 깨고 인기 폭발지난 23일 내가 조합원으로 있는 용인 생활협동조합에서 바자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