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위치한 아벨서점
서동일
곽 대표는 현재 우각로라 불리는 배다리 맨 꼭대기 창영초등학교 앞에 처음 서점을 냈다. 서점을 내고 1년 만에 집주인이 건물을 팔아버려 가정집에서 책을 취급한 일도 했다. 책방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약 2년 동안은 스테인리스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거나 가정도우미일로 생계를 해결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완성된 것은 없다. 열심히 하다 보면 차차 만들어지는 것이고,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니, 그렇게 스미는 노동이 있다면 묵묵히 이 길을 걷다보면 내 삶도 완성되겠지.어렵던 시절 우연히 읽은 김구의 <백범일지>가 그녀를 다시 헌책방으로 향하게 했다. 이후 대형 서점들이 생기면서 동네 작은 책방들이 하나씩 문을 닫았지만 그녀는 백범처럼 '묵묵히 이 길을 걷다보면 내 삶도 완성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한다.
초등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보물 찾듯 책 골라책방은 입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책으로 빼곡하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다 쌓아두지 못한 책은 문 밖까지 내놓았다. 두 사람이 마주치면 서로 어깨를 좁혀야 겨우 지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5만 권 넘는 책들이 촘촘히 꽂혀있다. 천장 가까이 높게 쌓인 책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아 사다리를 쓴다. 서점 안에서 몇 발짝 걷다보면 책과 나무가 뿜어내는 독특한 공기가 훅 느껴진다. 낡은 간판은 지나간 세월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만화책부터 각급학교 교과서, 국내 소설과 전문서적뿐 아니라 외국 책까지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원하는 책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수사관이라도 된 듯 날카로운 눈매로 책장을 살핀다. 무릎을 굽히고 땅에 닿을 듯 고개를 숙인 채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다.
평일에는 50~100명, 주말이면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렇게 아벨서점을 뒤져 원하는 책을 고른다.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시중에서 1만5000천 원 정도 하는 책을 이곳에서는 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