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천
세종시대 천민천(天民川). 중종시대 천미천(天彌川)이라 불렸던 하천이 일제강점기때 청미천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다리 건너가 충청도 음성 일명 음성 장호원이고 뒤쪽이 이천 장호원이다.
송영준
"불러주시지 않아도 소생이 찾아가 뵈어야 하는데 불러주시기까지 하시니 감은이 망극합니다. 하지만 소생은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몸, 저희 관할을 떠나기가 몹시 조심스럽습니다. 천민천에 배를 띄워놓고 모실까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중하게 청했지만 살려달라는 읍소다. 서찰을 받아든 안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얀 자 같으니라고. 내가 오라는데 오지 않고 날 오라고 해. 이런 발칙한 자가 있나."옆자리에 있다면 금방이라도 요절을 낼 태세다.
"나으리! 고정하십시오. 관찰사의 입장을 이해해주시면 만인이 대군 나리의 인자함에 감복할 것입니다."이현로가 나섰다. 아부의 달인들이 쓰는 연옹지치(吮癰舐痔)의 극치다.
"강줄기도 아닌데 배를 띄울 수 있겠는가?"펄펄 뛰던 안평이 '인자'라는 한마디에 수그러들었다.
"남한강 줄기는 아니지만 풍광이 빼어납니다.""경치만 좋으면 뭐하겠나?""그곳 기생들도 피양기생 못지않답니다."이현로가 두 손을 비비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기대하셔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웃음이었다.
"내가 천민천으로 간다고 편간을 보내라."안평의 답서를 받아든 충청감사는 충주를 출발했다. 장해원으로 향하는 마상에서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 길이 자신의 명줄을 재촉하는 길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안평과 조우한 안왕경은 천민천에 배를 띄워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가 끝나고 안평은 여흥 관아로 돌아가고 충청도관찰사 안왕경과 이현로는 충주로 향했다. 구체적인 군사동원계획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연옹지치(吮癰舐痔)-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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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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