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비핵화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 장안구락부.
김경년
이같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마치고 나와서 그런지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난 우리측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의 귀를 의심하는 발언을 많이 쏟아냈다. 평소에 하던 말과는 180도 달랐던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의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북 대표들과) 많은 얘기를 했는데, 역시 얘기를 해야 하는 것 같다"며 "개인적 관계에 있어서도 저 놈이랑 다시 안 봐야겠다고 마음 먹어도 어쩌다 우연히 대화를 하다 보면 괜찮은 게 있다. 그런 거랑 유사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서로간 노력하면 진전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회담을) 좀 일찍 했으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또 "리용호 대표는 진지하며 절제돼 있고 (나와) 서로 잘 맞는 상대"라며 "이 분이라면 대화를 더 나누면 좋았을 텐데"라고 거듭 아쉬워 했다.
과거에는 "대화를 위한 대화 안하겠다"문제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의 태도는 이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은 이후 올해 들어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펼 때마다, 정부는 '사과' 내지는 '해명'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해 왔다.
남북관계의 지나친 경색을 우려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는 "(성과를 도출해낼 수 없는)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일축해 왔다.
심지어 그는 올초 6자회담이 언제 열릴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6자회담만 가면 뭐가 나올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라, 6자회담 해서 나온 게 뭐냐, 9·19 공동성명 얘기 자꾸 하지만 거기 보면 원론적인 얘기밖에 더 있냐"며 대화론자들을 폄하한 적도 있다.
지난번 발리회담과 이번 베이징회담을 보면 남북 양국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났다기보다는 곧이어 열릴 북미대화를 위한 '요식행위' 혹은 '통과의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성과'를 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그는 "(북한이) 과거에는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와는 상대도 안 하려 했으나 지금은 그게 아닌 게 중요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않겠다"던 그는 왜 정권 말기가 다 돼서 "얘기는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마음이 변했을까. 이제야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다행이지만, 기자도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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