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금정산의 가을...
이명화
그동안 산에 오른 건 산보 정도의 걷기였다. 4개월 만의 등산, 금정산 동문에서 북문까지 산성길 따라 걷기로 했다. 어디든지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주던 애마 아토스와 작별한 뒤 처음 해보는 산행이다. 집 앞 길 건너 사거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갈아타고 또 타고 하면서 부산 온천장역 앞에서 내렸고 산성버스에 올라 꼬불꼬불 곡예하듯 출렁이며 금정산 동문 앞에서 내렸다.
모처럼 걷는 산길이건만 오랫동안 산행하지 않은 까닭에 몸이 어딘지 모르게 둔한 데다가 걸음도 무거워 걷기가 힘들었다. 연장도 쓰지 않으면 녹슬고 무디어지듯이, 걷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글쓰기도 며칠 쉬고 나면 쓰기가 힘들어 한참을 끙끙대고 책읽기도 하루 이틀 쉬고 나서 읽으면 집중하기까지 산만함을 경험한다. 어디 그뿐이랴. 요리도 한참동안 하지 않으면 미각을 잃어버리고 하기조차 싫어지듯이 걷기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쉬고 났더니 좀처럼 걷기에 탄력이 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