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분햇살은 뜨거운데 왜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지...
황주찬
등 뒤로 웃음소리가 내 꽁무니를 쫓는다그렇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비렁길을 걷다 양지바른 곳에서 초분(草墳)을 만났습니다. 짚을 쌓아 올린 곳 둘레로 돌담을 쳐 놓았네요. 초분은 일종의 임시 풀 무덤인데 남해와 서해의 섬지 역에서 행해지던 장례풍습입니다.
초분으로 가기 전 안내문이 보입니다. "이곳 초분은 돌로 쌓고 시신을 올려두는 고임 초분 형태로 2년 전까지 행해져 왔던 초분 터에 그대로 복원하였음"이라고 적혀 있네요. 그럼 이곳에 시신이 있었다는 말인데...
일행이 사진에 담아보라 권합니다. 아래로 내려가 카메라에 모습을 담는데 왠지 으스스 하네요. 위쪽을 쳐다보니 일행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네요. 저 만치 컴컴한 숲길을 보니 하얀 등이 보이는가 싶더니 홀연히 사라집니다.
혼자 남았습니다. 재빨리 위쪽으로 올라와 큰소리로 일행을 부르며 달려갑니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꽁무니를 쫓아 오는데 제가 웃는 건지 바람 소리인지 확인도 필요 없이 내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