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열 프리 병원(The Royal Free Hospital)에서 인턴의를 하고 있는 매튜 제임스 파웰(Matthew James Pywell)씨.
남소연
"적성이나 흥미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의대에 오는 경우는 적은 것 같아요. 친구들을 보면, 의학에 관심이 있거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며 보람을 찾고 싶어 하는 동기로 의대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파웰씨는 왜 의대에 진학했을까.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대답을 내놨다.
"어릴 적, 어머니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뇌가 손상돼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어요. 10살쯤이었는데, 그때부터 항상 의사를 꿈꿨어요. 당시 치료해준 분들이 친절히 잘해줬던 기억이 있고, 나도 아픈 사람들을 도와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문씨는 "확실히 돈을 생각하고 오진 않는다"며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무조건 '공부 잘하니까 의사해야지'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대에 가기 위해 공부는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겸손인진 모르겠으나, 파웰씨는 "영국 분위기는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노는' 식이라 나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문씨도 "한국친구들처럼 '미친 듯이' 공부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의대 다닌다고 그러면, 그냥 '공부 좀 잘했네'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대생활] 시험은 1년에 딱 1번... '직접체험' 형태 교육 많아문희선씨는 "한국 의대생은 도서관에서 지식을 연마하는 시간이, 영국 의대생은 병원에서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친구들은 무지하게 바쁜데, 주로 쪽지시험, 교과서 지식 암기 등에 따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영국에선 성적에 들어가는 큰 시험이 1년에 딱 1번뿐이죠. 나머지는 현장실습, 환자대면, 팀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시간을 보내죠." 실제 영국 의대과정에는 '환자 만나기'(학생 1명당 환자 1명 지정해, 질환뿐 아니라 병과 삶의 관계 등에 대한 심층관리학습 진행), '타 분야 전문가와 일하기'(NHS 특성상 간호사, 사회복지사, 약사, 조산사 등과 협력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등의 실습과정이 많다. 문씨는 "알아서 몸소 배우고 경험하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에선 개인평가보다는 그룹작업, 팀 프로젝트 등의 교육이 많다고 전했다. 문씨는 "등수를 매기고 경쟁을 시키기보단 함께 도와주며 그룹을 이뤄 공부하라는 요구가 많다"며 "팀 리더십이나 환자와의 대화, 실습 등을 중시하고, 거기서도 함께 연습해서 함께 발전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파웰씨도 "여러 직접적인 경험과 실습을 하면서, 배움은 물론 진로결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처럼 매일 밤새고 '코피 쏟으며' 예비의사과정을 밟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초과근무하는 걸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여겨요. 당직이면 딱 그 시간동안만 일하죠. 정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엔 집에서 쉬는 게 당직 서는 포인트라고 교수들이 항상 강조해요. 너무 오래 일하면 다음 날 지장이 크니 휴식할 땐 확실히 하란 식인 거죠."[진로선택] 적성이 최우선... 쏠림 현상은 찾기 힘들어한국 의대에선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고수익 직종이라 인기가 많고, 외과 등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기피가 심하다. 영국 의대에도 '쏠림 현상'이 있을까?
파웰씨는 "약 50퍼센트는 GP(일반의), 나머지 50퍼센트가 전문의가 되는데, 내과 외과 불문하고 모든 진료 과가 경쟁이 심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NHS 하에서 전문의들의 월급 수준이 평준화돼 있으므로, 돈보다는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기 때문"이란다. 또한 의사가 되려는 후보군들이 많아, 어느 과든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외과나 외상의의 경우, 힘들어서 기피하는 현상이 없냐는 질문엔 "외과도 경쟁이 높다"며 "성형외과도 흉터재건 등 치료 목적의 경우는 인기가 많고, 미용의 경우는 (병원 자체가 적다보니) 거의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같은 날 오후 로열 런던 병원에서 만난 외상 전문의 카림 브로히(Karim Brohi) 교수도 "의사가 되려는 목적 자체가 도전적인 일을 통해 보람을 얻는 것"이라며 "영국에서는 외과의사 후보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파웰씨는 "어머니의 뇌 사고를 겪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인 신경외과 쪽에 가장 관심이 많다"며 "나는 아프고 불편한 사람들을 도우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