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상 시상식
김거성
-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부패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동기가 있었는가?
"1970년대부터 학생운동과 재야단체 사회운동을 했다.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실현하는데 부패문제가 중요한 걸림돌의 하나라는 생각에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반부패를 활동영역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1999년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반부패국민연대 구성을 제안했던 것이다. 동시에 국제투명성기구를 이해하게 되었고 반부패 국제네트워크에 투신하게 되었다."
-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선 투명성을 높여서 부패가 들어설 여지를 제거한다. 일례로 각 국민사이에 서로가 서로의 세금 낸 액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상호견제를 통해 부패를 예방하고 투명성을 높여간다. 노르웨이에서는 세금은 곧 사회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탈세문제는 곧 사적영역이라기보다는 공적영역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에서도 국회의원들에 대한 입법캠페인을 통해서 세금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북유럽 특히 핀란드의 경우에 공공기록에 대한 개인의 정보접근권은 헌법에 의한 기본권으로 명시되어있다. 즉, 국가안보와 같은 극소수의 예민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공공문서와 기록에 대한 접근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개인의 납세정보는 공적정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심지어 그 가족들에 대한 신상정보까지도 대부분 공개한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또 공공적 감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러한 정보들을 프라이버시라는 미명으로 지나치게 비밀로 부치며, 또 일반적인 정보공개도 매우 소극적이다. 그렇지만 공공성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선진적으로 정보공개조례를 제정, 운영하는 움직임도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도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정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일부가 다수를 감시하는 반부패 노력은 성공하기 힘들다. 그 반대로 대다수 선량한 사회구성원들이 일부 부패한 사람이나 기관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첫째로 공공의 이익을 개인정보보호의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전제에서 둘째로 국민의 정보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북유럽 방식이다. 그리고 그 결과 북유럽은 지금 세계에서 부패와 관련하여 가장 청정한 지역이다.
부정, 부패, 비리라는 식물은 어둠 속에서만 자란다. 이에 비해 책임성과 청렴성이라는 식물은 햇빛 속에서만 자란다. 진정으로 반부패 투명사회를 지향한다면 정보공개법의 전향적 개정은 물론 향후 헌법을 손질할 때에는 공공정보 접근권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삽입해야 할 것이다."
- 신자유주의가 팽배하고 모두가 이윤만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반부패운동을 전개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본다. 반부패운동을 수행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먼저 신자유주의와 관련하여 이야기하면, 1997년 한국이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IMF는 한국정부에 '규제철폐'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 추진했다. 그런데 2008년 2차경제위기가 왔을 때 국제사회가 제시한 처방은 '효과적 규제'로 변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듯이 규제철폐는 지고의 선이 아니다. '정신' 없는 시장은 결국 경제 질서의 악마성을 드러내게 될 뿐이다. 이러한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제도나 기관뿐 아니라 인간에게 가치를 두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인간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하는 정책과 제도, 나아가 생산과 유통, 소비구조 등으로 재편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극복에서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반부패운동가란 스스로 완벽하고 남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 아닐까 오해하는 일종의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래서 일반인을 향한 단체의 외연이나 회원확장도 쉽지 않다. 반부패운동은 부족하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확장되고 제도나 사회를 바꾸어 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많은 보통사람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한 것이 반부패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