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민참여재판 신청 묵살한 재판은 무효"

"국민참여재판 받을 권리 침해...즉시항고 할 권리조차 박탈"

등록 2011.09.17 12:23수정 2011.09.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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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도 법원이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재판을 진행했다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결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P(27)씨는 지난해 8월 구미시 인의동 자신의 집으로 커피 배달을 온 다방 여종업원 A(28)씨를 강간하려 했으나, 때마침 A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찾아온 K씨가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그 과정에서 A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검찰이 강간치상 혐의로 P씨를 기소하자, P씨는 첫 공판이 열리기 전날 구치소장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 신청서는 첫 공판기일이 진행된 후 법원에 접수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심리를 진행하며 지난해 12월 P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치료비 및 위자료 20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유무죄 여부만 판단했을 뿐 국민참여재판에 관해서는 간과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형법 제301조의 강간치상죄는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이므로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배제결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럴 결우 법원은 배제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배제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P씨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P(2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치료비 및 위자료 20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과 항소심 판결을 모두 깨고, 사건을 1심인 대구지법 김천지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는 이유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대상 사건에 해당하는 한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강간치상죄는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은 첫 공판기일에 앞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고인은 첫 공판기일 전날 구치소장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공판기일이 진행된 후에야 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돼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공판절차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됨으로써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한 배제결정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참여재판을 받기 위해 즉시항고 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이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결국 제1심 판결은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으로서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리고 이런 1심 법원의 소송절차상의 하자는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하므로, 항소심 법원은 비록 피고인이 이런 점을 항소사유로 삼지 않더라도 이를 살펴 직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했어야 함에도 원심 법원은 이런 1심 판결의 위법에 대해 아무런 심리 및 판단을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런 원심 법원의 판단에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 및 소송절차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1심 판결과 원심 판결 모두를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재판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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