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인정한 전성은, 그에게 사랑이란?

거창고 교장·교육혁신위원장 등 지내 ... 창원 태봉고 "학교에서 사랑이란" 강연

등록 2011.09.17 09:26수정 2011.09.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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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교육부장관 못 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했던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선생의 말씀대로 교육개혁을 했으면 우리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해졌을 텐데 그 방향으로 과감하게 나가지 못했다. 전 선생의 교육방향은 분명 맞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전성은 전 교장이 '사랑'을 강조했다. 전 전 교장은 16일 오후 창원 태봉고등학교(교장 여태전)에서 교사,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에서 사랑이란?"에 대해 강연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올해 책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펴냈다.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 윤성효

그는 "결혼은 실패하더라도 사랑은 성공해야 한다. 기독교에서는 남녀간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한다"면서 "죽을 때까지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간 사랑을 제대로 하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도 했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사랑이지 탱크를 몰고 서울로 쳐들어오는 게 사랑은 아니다. 조선시대 군인은 왜적을 지키라고 했지, 나라 안으로 쳐들어오면 역도라고 했다. 성직자는 민족과 나라를 사랑할 수도 있지만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정신을 잘 실천하는 게 기본이다. 목사가 교회 재산을 모아 놓고 부인과 동생이 싸우도록 하고,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서 성공한 목사라고 할 수 없다."

"북한에 쌀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거창의 한 교회 집사가 '북한에 쌀을 주면 군인들이 먹는다. 왜 주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 않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 집사는 '그건 그거고'라고 하더라. 하느님은 선인의 밭과 악인의 밭에 같은 비와 햇살을 내리고 비춘다."

교육행정에 대해 설명한 그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시군교육청, 학교 단위는 얼마나 평등한가. 상부와 하부 구조가 아니다. 평등하고 서로 보완적인 구조다. 교육부라고 해서 무조건 명령을 내리고 명령대로 하는지에 대해 결과를 보고 평가하는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교육혁신위원장으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교육혁신위원장을 2년 해봐서 안다. 교육개혁 마스트플랜을 짜겠다고 해서 작업에 몰두했고, 공개적으로 했다. 그 계획에는 교육부가 좀 작아져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인원도 줄이라고 했다. '교육부의 슬림화'라는 단어를 썼다. 시도교육청도 전국에 10개만 있으면 된다고 보았고, 부산과 경남교육청을 같이 두어도 된다고 본다. 전국 시군교육청이 180여개 있었는데, 학생 수가 적은 지역도 교육청을 하나씩 두고 있었다. 권역별로 50개만 두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예산이 많이 남는데, 그 예산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지원하면 된다."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16일 오후 창원 태봉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에서 사랑이란"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전성은 전 교장은 "교육혁신위원회의 계획에는 '입학사정관제'를 하는 것도 있었는데, 현 이주호 장관이 쓰는 것 그대로다. 당시는 10년 정도 준비 단계를 두고 하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빨리 하게 되었고 일부 유명 대학에 유리한 것으로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교사의 사랑'에 대해, 그는 책을 읽었거나 들어 알고 있는 몇몇 교육자들을 소개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유치원생부터 학생들은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승전 축하 행진'을 벌였는데, 이때 한 일본인 교육자는 "우리가 남의 나라로부터 식민지가 되기를 꺼린다면 우리도 남의 나라에 쳐들어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면서 전 전 교장은 "우리는 세종이 했던 대마도정벌을 업적이라 하고, 광개토대왕을 훌륭한 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토히로부미를 제일 추앙한다.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국가, 민족, 종교, 전통, 관습, 문화에 대해, 그것을 비판하고 검증해야 한다. 잘못된 가치를 분별하고, 올바른 눈을 가지고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장으로 있을 때였다. 대입 예비고사에서 수학문제 1개만 틀린 학생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형이 동생을 키웠다. 동생이 공부를 잘하니까 형이 머슴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생이 사범대학에 가려고 하니까 형이 찾아와서 큰절을 하며 동생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죄송하지만 형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동생은 사범대학에 갔고 나중에 선생이 됐다. 동생 결혼식 때 주례를 섰는데, 형이 와서 당시에 서운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 윤성효

전성은 전 교장은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그 원인이 청소년 본인한테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 원인이거나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며 "국가나 종교의 잘못된 가치로부터 학생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잘못인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고 제국주의다. 공산국가도 보면 나라 이름에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넣는다. 그러면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왕을 하면 안된다"면서 "우리는 '대한민주공화국'인데, 왕조가 아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 해야 한다. 독재해도 경제만 잘 된다고 하면 안된다. 역사는 억압에서 자유로,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착취에서 공존으로, 제국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권 분립이 되어야 한다. 입법이나 사법이 행정기구의 하수인 노릇을 해서는 안된다. 장애인학교가 들어온다고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그것은 비인간적이다. 반대 데모 주모자가 교회 장로인 경우도 있었다. 피부색깔이 다르고, 장애 유무, 문화․경제의 차이로 사람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들도 존엄성을 지켜 주어야 한다.

지난해 부산에서 여중생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범인을 잡은 뒤 은근히 자랑하려고 그랬는지 늦게 경찰서로 왔다. 시민들이 경찰서 앞에 와서 '죽여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재판하라고 해야 한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돌을 던지면 안된다."

전성은 전 교장은 "학생한테 관심이 없는 교사는 빵점이다. 공부 잘하고 돈 많은 집의 아이는 신경 적게 써도 된다. 학교가 제일 신경을 많이 쓰야 하는 학생은 공부를 못하고,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아이다. 집안 환경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아이한테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은 전 교장 #거창고등학교 #태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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