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 비치되어 있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 헬스케어 프로그램 홍보물 옆으로 환자 이송 라운지가 보인다.
남소연
글 : 송주민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영국편' 특별취재팀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고 하면,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듣는 이야기.
"전국민 무상의료? 좋아. 그런데 대기시간은 어쩔 건데? MRI 찍으려고 두 달 기다릴 수 있어?"NHS를 둘러싼 온갖 악평과 괴담도 대부분 오랜 대기시간에 대한 것이다. '수술 기다리다 사람이 죽어간다'느니, '간단한 검사 하나 받으려 해도 수개월이 걸린다'느니 하는 소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결국 대기시간이다. 실제 현지에서 영국인들을 만나 보니, NHS 자체에 대한 호의는 높았다. 하지만 기다림에 대한 불만 또한 적지 않았다.
[왜 존재?] 한정된 예산 효율적으로 쓰려면 '줄 서기'는 필수대기시간은 말 그대로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기시간이 없진 않다. 그러나 민간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단일한 기준의 대기시간이 있을 수가 없다. 공식적인 집계도 없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모든 국민이 단일한 국가의료체계인 NHS에 포괄돼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줄을 서는' 게 명확히 보인다. 진료 시작과 함께 여러 기준에 의거해 '대기 순번'이 정해지고, 차례차례 순서에 따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런던 교외의 아머샴 헬스 센터 우이혁 정신과 전문의는 "한정된 정부 돈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시스템과 처리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기시간은 한정된 예산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필터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NHS에선 GP(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가 '문지기'로서 1차적인 거르기를 한다. 문지기를 통과해 NHS 병원에 의뢰되면,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앞줄에 선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뒤로 줄을 서게 된다. 각각 상태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고, 급한 환자는 짧은 대기시간이, 덜 급한 환자에겐 비교적 긴 대기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어떤 절차로?] GP→ 병원... "환자 상태만을 고려해 결정"영국에서 아프다? 우선, GP에게 가야 한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GP의 처치만으로 진료는 끝난다. 중하거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면, GP의 의뢰를 통해 NHS 병원으로 가게 된다.
GP의 판단과 의뢰는 대기시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GP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 NHS병원으로 의뢰서를 보낸다. 의뢰서를 받은 병원은 GP의 소견을 참고해 환자들의 진료 순번을 결정하고, 각각의 대기시간을 부여한다.
GP는 어떤 기준으로 병원 의뢰를 할까? GP 세리언 초이(Cerian Choi)씨의 말이다.
"정부(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가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대개는 재량에 따라 판단한다. 기본적인 원칙은 응급환자는 곧바로, 중환자는 빠른 시간에, 시급하지 않은 경우 조금 여유를 갖고 병원을 이용토록 요청한다."환자 상태와 질환의 경중에 따라, 병원에 의뢰서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위장병을 예로 들며, 경미한 위염의 경우 직접 처방을, 심해 보일 경우 일반적인 검사 의뢰를, 위암이 의심될 경우 즉각적인 검사를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현지에서 만난 김용수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노팅엄대 보건정책전공 박사과정)은 "영리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고 순전히 환자 상태만을 고려해 의학적인 판단으로 대기절차가 진행된다면, 그것보다 정의로운 방법이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기시간은?] 상태에 따라 가지각색... 정부의지에 따라 좌우그렇다면 NHS에서 실제 대기시간은 얼마나 될까? 각종 괴담과 악평은 사실일까?
우선, GP 진료소 이용의 경우 문제가 없었다. 예약 시 하루 이틀, 늦어도 수일 후에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은 <오마이뉴스> 취재팀원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GP 진료소를 찾은 적이 있다. 예약 없이 당일에 갔는데도 1시간여만 기다리면 즉시 진료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