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사장에서 강을 건너면 펼쳐지는 메밀꽃밭
효석문화제 홈페이지
소설 한 편의 힘이 이토록 큰 걸까? 이효석과 그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주제로 하는 '효석문화제'는 해마다 방문객이 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무렵 평창 일대 고산지대의 빼어난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은 추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감수성 예민하던 고교 시절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 떠오르던 감상에 다시 젖게 한다. 허생원이 물레방앗간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던 '성서방네 처녀'는 어떻게 됐을까? 같은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허생원이 동이를 아들처럼 여기는데 동이는 진짜 그의 아들일까?
전통 연희극단 '떼이루'의 마당놀이 <메밀꽃 필 무렵>은 관객들의 오래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처음에는 물론 허생원과 동이도 자기들이 부자지간이란 것을 모른다. 주막집 충주댁에서 기생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동이를 꾸짖는 허생원의 넋두리와 동이의 대꾸가 압권이다.
허생원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대낮부터 계집과 분탕질이여. 그걸 모르는 부모는 지 자식 귀한 줄만 알고, 허리가 휘도록 고생만 하는구나! 무자식이 상팔자로다~."동이 : "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여?"그러나 일행은 제천장을 보러 갔다가 동이네 주막집에 들르게 되고, '성서방네 처녀'였던 동이의 어머니가 허생원을 알아보게 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당놀이가 끝난다. 작가 이효석의 의중이 무엇이건 허생원의 소원 하나 들어주는 게 뭐 어려우랴? 그런 것이 축제이거늘.
(관련 동영상)원작은 서정성 강한 단편소설이지만 마당놀이는 국악과 광대놀음을 유쾌하게 버무린 흥겨운 놀이판이다. 대사 사이사이를 메우는 풍물놀이는 구경꾼들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장단에 맞춰 두 놀이꾼이 버나(사발) 돌리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나, 당나귀가 가세해 '원숭이 뺨치게' 놀아대는 장면은 그 익살로나 재주로나 마당놀이의 백미였다.
소설 원작이 기억나지 않아도 좋고, 추임새를 언제 넣을지 몰라도 문제가 없다. 장구장단, 북장단에 맞춰 웃다 보면 어느새 "얼쑤"하고 외칠 정도로 신명나는 한판이다. 그 옛날 봉평장터에서도 장돌뱅이들의 노곤함을 풀어주었을 놀이판이 종종 열렸을 터이다.
지난해 효석문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마당놀이 <메밀 꽃 필 무렵>은 <신 뺑파전>과 <국악뮤지컬 아기돼지 꼼꼼이> 등을 공연해 온 전통연희 극단 떼이루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다. 올해도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이 참여해 효석문화제 중심 공연으로서 의미를 더했다. 18일까지 저녁 시간에 주행사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