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바스 입구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노시경
바스에서 둘러보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로만 바스. 나는 바스에서 로만 바스를 가장 먼저 구경하고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였다. 사람들이 입장하는 로만 바스 입구는 길 옆에 있지만 로만 바스 내에서는 입구가 2층처럼 느껴졌다. 이 2층에서 내려다 보니 1층처럼 보이는 대형 목욕탕은 땅을 파서 만든 지하 1층에 신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여행을 직접 와서 구경하는 것은 사진으로 여행지를 간접 구경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Minerva)를 기리는 신전이 있었으나 지금은 로만 바스 전시실 내의 유물로만 남아 있다. 미네르바 신전이 무너진 자리 위에는 1∼4세기에 영국을 점령하고 통치했던 로마인들이 만든 목욕탕, 로만 바스(Roman Baths)가 자리 잡았다. 로마인들이 영국에서 유일하게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이곳을 발견하고 공중 목욕탕을 만든 것이다.
우리는 후대에 복원하면서 만들어진 관람 동선을 따라 목욕탕 안으로 들어섰다. 로마의 전성기 당시에 만들어진 목욕탕 안에는 대규모의 냉탕, 온탕, 탈의실 외에도 예배당, 도서관, 체육관과 정원, 산책로까지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몸을 닦는 곳이 아니라 2천 년 전 상류층 사람들이 피로를 풀고 사람을 만나는 사교의 장이었던 것이다.
이 오랜 목욕 유적은 로마에서 보았던 카라칼라 목욕탕(Terme di Caracalla)보다도 더 원형을 잘 갖추고 있다. 욕탕 벽면의 조각상은 정말이지 로마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정교하다. 또한 이 로만 바스가 다른 로마 목욕탕 유적보다 더 목욕탕 같이 보이는 것은 다른 목욕탕 유적과 달리 대형 목욕탕 안에 지금도 온천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레이트 바스(Great bath) 주변과 터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지붕까지 있어서 규모가 엄청나게 컸을 것 같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대 유적인 로만 바스가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존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다. 로만 바스는 18세기가 되어서야 발굴되고 복원되었다.
로만 바스를 처음 발굴했을 당시에는 유적이 많이 손상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로만 바스를 묘사한 그림들과 과거의 서적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사실적이고도 과학적으로 복원될 수 있었다. 현재도 온천물이 올라올 뿐만 아니라 물이 빠지는 시설까지 복원되어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로만 바스의 목욕탕 시설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미로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 좌우에 잘 만들어진 전시실이 이어진다. 전시실에는 로만 바스의 발굴 과정과 역사가 상세하게 재현되어 있다. 신전 유물들이 전시된 전시실을 지나자 목욕시설이 나왔다. 비싼 입장료만큼 동영상 등 볼거리도 많지만 관광객이 너무 긴 줄을 서서 발걸음을 앞으로 쉽게 내딛을 수가 없다.
온천수, 몸만 담그지 않고 마시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