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혈액사업은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충북대 헌혈의집 헌혈자 사망사고는 혈액사업의 가장 첫 단계인 채혈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다. 그런데 국내 혈액사업체들의 사업적합성에 대한 의문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어 소개할 사건은 혈액사업의 중간단계인 혈액보관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다.
지난 7월 5일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은 내부 전기공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혈액원이 보관하던 혈액 일부가 기준온도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혈액의 보관온도는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액이 기준온도를 벗어날 경우 혈액 내 세포들이 손상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손상된 세포들이 응고되면 자칫 수혈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사고 당시 부산혈액원이 보관하던 농축적혈구는 보존온도가 영하 6.5도까지 내려가는 냉해를 입었다. 정상적인 농축적혈구 보존온도는 영상 1도에서 6도 사이다. 무려 최저 보존온도보다 7.5도나 낮은 상태로 보관된 셈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냉해를 입은 혈액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의료기관으로 출고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고 발생 당시 담당자들은 혈액 출고를 지시한 후 뒤늦게 의무관리실장에게 보고했고, 출고된 혈액의 상당수가 환자들에게 수혈됐다.
대한적십자사는 7월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혈액보관시설 이상으로 기준온도를 일탈한 혈액이 의료기관에 공급"되었으나 "모니터링 결과 현재로서는 안전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결과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으니 안심하라는 의미다. 사고 후 후속조치에 관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끝냈다"며 "해당 직원에 대해 문책이 있었다"고 답했다. 관련 지침 보강과 관련해서는 "시설관리 공사와 관련된 지침에 보강이 있었다"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혈액사업에 관한 대한적십자사의 원칙과 능력 부족은 이 외에도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일으켰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의 경우 지난 7월 유통기한이 지난 적혈구 세척용액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결국 채혈에서 시작해 수혈에 이르기까지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의 전 과정에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