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 '사람 장사'부터 거두시지요

[서평] <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

등록 2011.09.13 15:47수정 2011.09.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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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 책 표지

'다이내믹 코리아'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만든 영문 슬로건이다. 주한 외국인, 상주 외신, 재외공관 및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KBS의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까지 반영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역동적이고 긍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국가 이미지를 심고자 했으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잠재력을 잘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사전 참고)

 

그런데 다이내믹 코리아는 도대체 어떤 코리아일까? 역동적인 한국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칠팔십년 대의 산업현장이 떠오르기도 하고, 물건들이 산적해 있는 항만의 컨테이너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수출만 많이 한다고 다이내믹 코리아가 될까. 이런 모습은 단지 단편적인 하나의 현상일 뿐이고 이것으로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각기 다른 분야를 전공한 대학 교수들이 다이내믹한 코리아를 찾아서 대한민국의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살펴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기획한 서책이 있다. 바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이다. 대표저자인 경북대의 김규종 교수를 비롯한 13인의 대학교수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 혹은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의 한국을 분석하여 미래의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규종 교수는 서문에서 우리의 지난날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명징하게 분석하여, 다가올 날을 예비하려는 것이 이 책의 출간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서책은 단순히 경제지표나 산업통계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모습을 설계하지는 않는다. 그런 가시적인 것보다는 오리엔탈리즘, 다문화주의, 문명교류, 통일문제, 장자연 사건과 재벌세습 등 사회 각 분야의 현상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바를 찾고자 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통달하고자 하면 남도 통달하게 해주며,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논어의 말씀이다. 우리가 진정 세계시민이자 선진국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보다 조금 못한 사람들에게도 그럴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주어야 한다. (줄임) 따라서 코리안 드림은 소극적인 면에서는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을 의미하며, 적극적인 면에서는 대외원조 확대와 다문화 확산을 통한 상호소통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 본문 33쪽

 

2010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 <깊고 푸른 밤>(1985)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떠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으로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육상효 감독의 <방가? 방가!>(2010)는 이런 이주노동자 문제를 코믹하지만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그들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성공의 꿈을 실현해줄 나라인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맨 처음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와 '잘못했어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중소기업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으며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다.

 

이에 대해 김규종 교수는 코리안 드림의 핵심은 대한민국과 한국인을 의지하려는 지구촌 시민에게 최대의 기회와 가능성을 베푸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고,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문화와 예술과 역사와 철학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있다. 그리고 편협한 국수주의와 애국주의가 아니라 세계시민주의로 최대한 열린 가슴으로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의 아류 한국 극복하기

 

2010년 8월 18일 경향신문의 '미국박사만 있는 국책연구소'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정부 산하기관 경제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위원들의 대다수가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전 세계의 동향을 객관적이고 주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미국 편향의 획일주의를 불러온다는 데서 우려되는 점이다. 한때 어느 분은 오렌지를 어륀쥐로 발음해야 한다며 영어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 한국문화는 미국문화의 아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모든 분야의 모델은 미국에서 나오고, 미국이 보는 세계, 심지어 미국이 보는 한국이 우리의 세계이자 한국이 된다. 미국에서 인정하는 한국만이 진정한 한국이 된다. 그래서 한국사나 한국어나 한국문화의 연구자들도 미국에 가고, 그 분야 극소수 미국인의 평가를 애타게 고대하는 경향이 있다. - 본문 50쪽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언제나 미국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못해 그럴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수량적 경제력이 세계 10위권 전후임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인 자기안목을 가지기는커녕 도리어 더욱 더 미국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에 대해 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의 틀 속에서 굳어진 서양숭배나 서양절대주의에서 벗어나 서양의 지적 전통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통한 자유-자치-자연의 존중에 근거한 새로운 주체적이고 진보적인 변화의 창조를 주장한다. 그리고 참된 문화상대주의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판단을 바꾸며 자기문화를 바꾸어나갈 가능성을 키우기를 바란다.

 

현대판 노예제 사회에 대한 일갈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장자연 사건과 재벌 세습 문제'를 통해 한국사회의 야만성과 후진성을 폭로하고 우리사회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장자연 성 상납, MBC <PD수첩>의 검찰스폰서 폭로, 연예인 스폰서 성 상납문제, 연예인 X파일 사건 등 한국 사회에 성과 연관된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가 사람장사를 부추기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를 사고파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구조가 정착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점점 더 굳어지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이교수는 보고 있다. 즉 낮에는 노동자가 매매상품으로 밤에는 여자가 성매매상품으로 거래되는 거대한 시장이 한국 사회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뒷면에 양육강식, 유전무죄, 지배와 복종, 주인과 노예의 원리들이 뒤섞여 작동하게 하는 권력의 음란성이 숨어있다고 이교수는 주장한다. 한국 사회가 정치적인 민주화의 과정에 있으면서도 도대체 세상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세습에 의해 유지 보존되는 '가족유사성의 구조'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교수는 말한다.

 

이교수는 국가나 기업이 해야 할 몫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가족이 희망'이라는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을병에 걸려도 산재신청이 안 되는 것은 삼성이 그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바라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은폐시키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사회에 형성된 구조적인 재벌 세습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인형 안에 인형이 들어가 있고 상자 안에 상자가 들어가 있는 이러한 세습구조의 가족적 유사성과 그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권력 망과 치외법권 지대에서, 장자연 자살 사건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아니다. 여러 개의 세습구조가 다층 구조를 이루어 근친상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이 음란한 법적인 공백 지대 안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어떤 불법도 가능하다. -본문 173쪽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협력기구의 일원으로 도약했고, 1987년 이후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끈질기게 이뤄온 만만찮은 저력을 가진 대한민국. 그러나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20대 80의 치명적인 소득불균형, 나날이 심화되는 지역불균형과 세대 간의 단절, 점점 더 멀어지는 통일의 가능성 등을 극복해야 한다. <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는 이런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사유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전면적으로 모색하는데 유용한 서책이 될 듯 하다.

덧붙이는 글 <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김규종 외, 경북대학교 출판부, 2011년, 15000원)

다이내믹 코리아를 찾아서

김규종 외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2011


#다이내믹 코리아 #다문화주의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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