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토익공부를 하고 있는 J씨
이형섭
"처음 1학년 때 토익 준비할 때는 영어실력향상을 위한 목적이 있었죠. 그런데 토익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영어실력 향상보다는 시험을 위한 테크닉 공부 같아요." 서울 종로에 위치한 S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J(26)씨는 토익 공부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토익 공부를 영어실력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기업들이 스펙보다 지원자들의 경험을 많이 본다고 하지만, 실제로 상반기 인턴을 지원하며 느낀 건 스펙으로서 '토익의 벽'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제가 (토익점수) 800점 초반일 때의 합격률과 800점 후반일 때의 합격률은 확연히 달랐어요." J씨 옆에 있던 선배 C(27)씨는 토익 점수가 890점이라고 했다. 900에 가까운 점수를 얻는 그에게 토익 주관사인 ETS에서 정의한 토익 점수별 영어능력에 공감하는지 물었다.
- 900점 가까운 점수를 가지고 계시네요. ETS 자료에 따르면, 900점이면 '당신이 상대 기관의 원어민과 당신의 기관을 대표해 합의와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나와요. 동의하시나요? "아니오, 전혀요. 독해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있지만, 쓰기나 말하기는 단어를 가지고 겨우 이어가는 정도예요." 올해 들어 토익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나로서도 그들의 여러 대답에 대부분 공감이 갔다. 내가 들은 토익 강의의 대부분은 '빈칸 채우기'였다. 영어를 배운다기보다는 공식에 영단어를 끼워 맞추는 기분이었다.
"여기 '( ) ideas'에서 괄호 안에 뭐가 들어가야 하죠?" "'creative'요." 토익강의를 알아보려 인터넷을 뒤지자 500점을 두세 달 만에 800점 혹은 900점으로 만들었다는 '기적의 수강후기'가 넘쳐났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자작 홍보 글이었지만 속는 셈 치고 400점을 올려 준다는 강사를 선택했다. 그래도 처음엔 영어실력이 조금이라도 늘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강의는 '찍기강의'가 전부였다. 매일 진도를 나가며 주제는 바뀌었지만, 강의 방식은 한결같았다. 두 달 과정을 모두 끝내고 나서도 내 영어실력이 나아졌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토익공부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나 역시 당장 입사지원을 위한 토익 점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부하면서도 찝찝하고, 안 하자니 더 찝찝한 '계륵 토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