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동필씨와 가족들이 추석을 앞두고 제례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김동필씨는 어느해보다 조촐한 명절이 될 것 같아 씁슬하다고 했다.
조정훈
"단식이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명절 음식도 못 먹고 이번주까진 죽을 먹어야 하고… 시아버지께서 오시면 아실텐데 걱정하실까봐 안타깝고 걱정이네요."지난 8월 30일부터 10억 손배소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던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조정훈씨가 10일간의 단식을 끝냈지만 추석을 앞두고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안타까워했다.
천막에서의 두 번째 명절 "지치지만 희망 있어 견딜만 해"상신브레이크 해고자들은 천막에서 두 번째 명절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설날과는 달리 더욱 움츠러든 추석 명절이 이들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우선 가족들의 걱정이 더 늘어나고 그동안 삭발투쟁도 하고 단식투쟁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신분이었으나 노조를 배후조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김대용씨는 "해고를 당했을때는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금방 복직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이젠 실업급여도 끊기고 경제적으로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 그나마 견딜만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노조를 배후조종 했다고 해고를 했는데 애들도 들으면 웃을 이야기"라며 "사측이 눈에 가시인 사람들은 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해고시키겠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아내 주윤정씨는 "남편이 해고된 후 직장을 구해서 조금씩 벌어 생활하고 있지만 육아와 살림살이에 힘이 든다"면서도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추석에 친척들 만나면 삭발한 남편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걱정"이란다.
같은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신분인 김동필씨도 "부인들이 가장 강력히 지지를 해줘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추석이지만 우리들끼리 양말을 사서 서로 나눠주며 힘내자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동필씨의 아내 신동희씨는 "해고된 후 처음에는 덤덤했는데 사측에서 손배소 들어오고 2중, 3중으로 탄압이 들어오고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냉랭해져 가니까 해고자들이 많이 고립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 하다"며 남편이 곧 복직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회사에서 해고된 이들은 추석을 앞둔 지난 9일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은 해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복직을 요구하고 손배소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