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여뀌작은 이삭여뀌의 줄기, 거미가 진딧물을 잡아먹고 있다. 비오는 날에도 그 작은 세상에서도 생존경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경쟁은 인간의 생존경쟁과 달라보인다. 자연적이다. 너무도 자연적이다.
김민수
추석을 하루 앞두고 비가 내렸다. 여름 내내 내리던 비에 익지 못했던 이삭들이 여물어가는가 싶었는데, 막바지에 또 비가 내린다. 근처 야산에 올라가 밤나무를 바라보니, 지난 여름 궂은 비에 밤송이는 절반도 열리지 않았고, 아예 여물지도 않았다. 내일이 추석인데...
가을꽃들이 피어 난 들판, 가을꽃들이 빗방울에 더욱더 진하다. 비이슬에 새겨진 꽃들의 색, 그것으로 수채화 물감을 만들어 칠하면 이렇게 진한 가을꽃을 그릴 수 있을까?
비오는 날 이삭여뀌에 많은 곤충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를 피할 곳도 없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그 작은 꽃줄기에 깃대어 사는 수많은 삶의 흔적들이 있다. 그래서 자연이구나 싶다.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난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돌아본다.
가을 들판에 피어나 꽃들의 색깔이 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봄부터 피우고 싶었던 꽃을 오랫동안 인내하고 간직하다 피워낸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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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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