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여성을 가장하고 진행한 대화의 내용. 랜덤채팅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원빈이 될 수는 없다. 위 남성(흰색 말풍선)은 조건만남을 요구하며 '가격'을 끈질기게 물었다.
김지현
또한 랜덤채팅의 기능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앱들은 가입절차가 매우 간소화돼 있기 때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성적 성매매의 발생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기자가 랜덤채팅 앱을 사용해 본 결과, 채팅상에서 10대 청소년 사용자들을 빈번하게 만날 수 있었고, 이 중 상당수가 '조건만남 등의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건전한 만남 혹은 심심풀이라는 개발 초기의 목적보다는 '음성적 성매매의 도구'로 변질된 랜덤채팅 앱. 기자는 이런 앱들의 사용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일회성 만남, 조건만남을 하는 대상들을 직접 만나 취재해 봤다.
낮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인천 주안역. 기자는 랜덤채팅 유사서비스를 사용해 이한나(가명·22)씨를 직접 만났다. 기자가 찾은 곳은 주안역 인근의 한 모텔. 모텔 안으로 들어가 303호의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들어서자 한 여성이 객실 내부에 있는 컴퓨터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기자는 그녀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평소 채팅에서 만난 대상들하고 일회성 만남을 갖는 편이에요. 하지만 조건만남 같은 성매매는 하지 않아요. 채팅방 들어가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그런 제안을 던지는 남성 사용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솔직히 짜증나죠."여성 사용자의 관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음성적 성매매를 시도하려는 일부 남성 사용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한심해 보여요. 그냥 손쉽게 어린 애들하고 한 번 '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일부 여성 사용자들도 문제이긴 해요. 손쉽게 돈 벌려는 속셈 아니겠어요? 그냥 인터넷 채팅도 모자라 스마트폰으로도 그런 짓을 하게 되니 참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실제 '술 한 잔 하자'는 일회성 만남으로 모르는 이를 만났다가 '함께 밤을 보내고 싶다'는 '치근덕거림'을 경험한 적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인터넷 채팅 서비스는 회원 가입 조건이 있기 때문에 신고하면 쉽게 추적이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한 랜덤채팅은 추적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좋은 뜻으로 만났다가 성폭행에 노출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위험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성적 호기심과 꼼수가 빚어놓은 일그러진 랜덤문화그렇다면 랜덤채팅을 사용해 음성적 성매매를 시도하는 일부 남성 사용자들의 실태는 어떨까. 기자는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채팅 창에는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남성 사용자들의 메시지들이 빗발쳤고, 기자도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등의 대화 태도를 취했다(관계를 요구하는 남성의 수도 많지만 이를 먼저 제안하는 여성도 더러 있기 때문에).
기자는 그 중 한 남성과 실제 만나기로 약속했다. 우선 랜덤채팅을 사용해 조건만남의 수락여부를 논한 다음 서로의 무료문자앱(카카오톡 등)의 계정을 교환했고 이를 사용해 약속장소, 조건만남 시간 등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