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그린 파크에서 만난 수잔나(Susanna)는 프랑스 출신으로, 영국의 의료 서비스 체계에 대해 "NHS의 취지는 좋으나, 정부가 운영을 제대로 못해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소연
"GP(일반의)들이 아파도 약을 잘 안 지어준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표정으로 '지켜보자'는 소리를 자주 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방 하나에 환자 30명이 들어차 있었다. 간호사들은 친절했지만 일손이 부족해 서비스 질은 나빴다."프랑스에서 온 수잔나(Susanna)씨의 열변이었다. 열정적이라는 프랑스인의 기질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말을 걸기가 무섭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미국처럼 개인 돈이 많이 드는 시스템에는 반대하고 유럽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NHS는 취지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정부에서 운영을 제대로 못해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NHS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손 볼 부분이 많다는 지적은 또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니콜라스(Nicolas)씨는 "시스템의 콘셉트 자체는 좋은데, 더 발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정부에서 너무 많은 돈을 써야 하기에 비합리적인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GP와 같은 주치의가 있다는 점에서 영국과 유사하다.
브라질에서 온 에디컬(Ethical)씨는 "병원에 3일 있었는데, 증상을 잘 짚어내지도 못하고 서비스도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개인의 건강은 자기 돈으로 스스로 책임지는 게 옳다."미국에서 여행을 왔다는 청년 브로디(Broady)씨는 취재진에게 먼저 다가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에서 해주는 건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무상의료뿐만 아니라 국민보험 자체도 '사회주의적'이라고 본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려다가 보수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생명 걸린 일인데 돈에 좌우돼서야 되겠는가"이분법을 거부하고 '중도'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어느 퀵 서비스 기사는 "아파서 의사한테 갔는데 기다리라고 하면 힘들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우리는 다른 걸 경험해 보지 못했고 경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냐고 물었더니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며 스티커를 지지/반대의 중간에 붙였다.
런던 한복판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대부분 NHS에 호의적이었다. 그들은 NHS를 자연스럽게 누리는 공기이자 익숙한 친구처럼 여기며 살고 있었다. 사회주의적이건 아니건, 비효율적이건 아니건 간에 영국인들에겐 60년 넘게 함께 해온 일상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논란은 있지만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자연스러운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그저 느낌상, 익숙한 친구에게 호의를 표하듯 'Pro(지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물론 NHS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경우, 불만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라면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아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내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그게 돈에 좌우되어서야 되겠는가."공원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의 말이다. 건강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그 낯선 생각을 영국인들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영국편 특별취재팀 : 남소연·박순옥 기자, 송주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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