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남소연
"점수? 그걸 어떻게 내가 이야기해?"
그가 멋쩍게 웃는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의 인터뷰 초반부터 얄궂은 질문을 했다. 단답식으로 하자고 했다. 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에게 현 정부 평가를 물었다. 아예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그는 "저보다는 (현 정부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게 옳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생각해보시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듯, "내가 학점이 좀 짜다"면서 답을 내놓았다.
그의 평가는 일단 "비(B) 학점"이다. 곽 위원장은 "아직 기말고사가 남았다"면서 "원래 학점이 기말고사가 좀 가중치가 높지 않느냐. 점점 잘하는 학생, 정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위원장을 '왕의 남자' 라고 부르는데, 마음에 드나."난 어찌 보면 (글만 알고 경험이 부족한) '백면서생'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됐다. 사 교육과 전쟁을 벌일 땐 비장함마저 있었다. 여러 경험을 했고,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대통령을 자주 만나나."가끔 뵌다."
- 최근에 만난 건 언제인가."(웃으면서) 그런 것 대통령 경호처에서 절대 말 못하게 한다. 미안하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즘엔 잘 알다시피, 따뜻한 시장경제 이야기를 많이 한다. 8.15 경축사때도 나왔고, 2008년 국정기획수석때 중요하게 내세웠던 것이 '따뜻한 시장경제'였다."
- 그땐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다."(고개를 끄덕이며) 여러가지로 복잡하기도 했고, 내가 수완도 부족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이슈가 확 흘러가는 바람에..."
"안철수씨도 미래기획위원... 정치 잘못 들어가면 고생할 것"그와의 이야기는 지난달 31일 광화문 미래기획위원회 사무실에서였다. 전날(30일) 이재오 특임장관 등 이른바 'MB남자'들의 여의도 복귀 소식이 정가에 화제였다. 곽 위원장 역시 내년 총선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 내년 총선 나갈 가능성은."이쪽 들어와서 보니까, 정치쪽이 만만치 않더라. 학교 선생하던 사람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학) 총장했던 분들을 보더라도 그렇고..."
- 대통령께서 (정치를) 해보면 어떠냐고 하면."(웃으면서) 다행히도 아직 전혀 그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는 정치가 결코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정치가 자기에게 맞는지,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미래기획위원으로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야기도 꺼냈다. 곽 위원장은 "안 교수도 정치를 한다고 하지는 않더라"면서 "그 역시 정치에 잘못 들어가면 고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부터 이명박 캠프에서 일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을 세운 인물 중 하나다. 덕분에 현 정부 초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다. 정권 출범 때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수석 이름 앞에 '국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혼자 일 다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다.
- 정부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2008년) 촛불 때였다. 하나는 시위 그 자체였다. 시위라는 것이 뻔했다. 하지만 소통을 하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했어야 했다. 이것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 그때 국정기획수석이었는데, 청와대 내부에서 논쟁도 많았다고.(당시 곽 수석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했고, 박재완 당시 정무수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재협상 불가'를 주장했었다.)"(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잘 끌고 가지 못했다. 경험도 부족했고, 초년병이었다. 국민들이 (재협상을) 원하면 해야 했었다. 미리 잘 설명하고.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MB정부 지금까진 B학점... 경제 신화창조를 실현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