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과서 정책 변화 방향지난 8월 26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렸던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정책 연수 자료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교과서 정책도 점차 민간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교과서 정책이 아니라 시장친화적인 교과서 정책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희정
위의 상황은 바로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상황이다. 2010년 우리 학교의 교과서 선정위원회는 3학년은 A출판사, 4학년은 B출판사의 교과서를 선정했다. 이유는 3학년 4학년 선정 담당자들이 각각 다른 것을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말 교과서 주문을 맡은 담당자는 내년에 사용할 3,4학년 영어 교과서를 주문하라는 공문을 받았고, 선정위원회를 다시 여는 과정도 없이 2010년에 선정했던 그 교과서를 그대로 학생수만 바꾸어서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니 올해 A출판사 교과서로 공부한 3학년이 4학년이 되면서는 B출판사 교과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올 9월에는 5,6학년용 교과서 선정해야 한다.
교과서를 집필한다는 것은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집필진마다 나름의 구성 체계를 갖고 연구하고 계획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교육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당연히 동일한 집필진이 집필한 교과서를 선정해서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배워가는 것이 가장 체계적인 영어 학습 과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실적 정보 묻고 답하기라는 의사소통 기능 중에 How Many~? 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교과서는 여기에 동물의 수를 세도록 구성하고, 어떤 교과서는 과일의 수를 세도록 구성한다. 즉 기능과 내용이 함께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과서 저 교과서 골라 쓰다 보면 이 내적 체계가 무너지고 A에서 배운 것을 B에서 또 배울 수도 있고(이건 그래도 괜찮겠지만) A에서도 안 배웠는데 B에서는 이미 지난 학년에 나왔던 내용이라 안배우게 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중에라도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좋겠지만 6학년 때 실시되는 전국 수준의 일제고사는 이럴 시간과 여지를 두지 않는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는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해마다 교과서 선정위원회를 열어서 해마다 다시 선정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복잡한 행정적 절차라 하더라고 최소한 이 교과서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봤다면 이런 식의 교과서 선정과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2010년 교과서 선정 위원회에 이런 사실이 미리 공지되었다면 3학년 4학년 서로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선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과부의 행정편의적 임시대응적 정책 추진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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