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는 '네이버' 찾는데 종편은 '제살 깎기'

[현장] 광고 산업도 스마트 미디어 대세... 방송 광고는 '찬밥'

등록 2011.09.02 18:17수정 2011.09.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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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고산업 육성전략 컨퍼런스에서 종편 4사 대표들(뒷모습)이 모두 참석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고산업 육성전략 컨퍼런스에서 종편 4사 대표들(뒷모습)이 모두 참석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김시연

"그래도 방송광고 비중이 50~60%가 넘는데 6명 불러놓고 40분간 토론하라니 말이 되느냐."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스마트미디어시대 광고산업 육성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앞에 '방송광고 활성화 및'이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이날 6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에서 '방송광고'에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에 불과했다.

종편 출범 앞두고 방송-광고업계 '출혈경쟁' 위기감

이날 행사에서는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TV 등 스마트 미디어 광고의 약진과 올 연말 종편(종합편성채널) 등장에 따른 '출혈 경쟁'이라는 '내우외환'에 직면한 방송-광고업계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이 자리에는 광고업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오지철 CSTV 대표, 남선현 jTBC 대표, 유재홍 채널에이 대표, 윤승진 MBS 대표 등 '조중동매' 종편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광고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은 정작 방송광고 '파이'를 키우는 문제보다는 제한된 광고시장에서 어떻게 자신의 몫을 지키고 상대방 몫을 가져올지에 더 쏠렸다. 현재 종편이나 케이블, 위성 등 유료 방송에만 허용되고 지상파 방송은 배제된 광고총량제(주어진 시간 안에서 방송사가 자유롭게 광고를 편성하는 방식)와 중간 광고 허용 문제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대천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방송을 개시하면 지상파나 기존 유료방송 몫을 가져갈 수밖에 없어 방송광고를 놓고 첨예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등 지상파-유료방송간 비대칭 규제를 완화해 광고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광고학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편성 규제 완화 시 1000억~1800억 원 ▲간접광고(PPL) 외에 협찬, 이벤트도 '프로그램 내 광고'에 포함시킬 경우 5000억 원 ▲제약 광고를 확대할 경우 1000억~1500억 원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1000억 원 정도 각각 방송광고시장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두 실현될 경우 현재 연간 5조 원 수준인 방송광고 물량이 9천 억 원가량 늘어난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제약 광고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를 가져오거나 협찬 물량이 광고로 전환되는 것에 불과해 실질적인 '파이 키우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광고총량제-중간광고 놓고 지상파-케이블 '첨예'


당장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만 놓고도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갈렸다. 지상파 방송을 대표한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송 광고를 확대하려면 가장 역량있는 지상파 광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면서 "방송 편성 권한을 사업자에게 줘서 시간당 총량제부터 일간, 주간 총량제까지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중간광고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고주를 대표한 홍헌표 한국광고주협회 기획조사본부장 역시 "얼마 전 광고주들 대상으로 종편 도입 이후 어떻게 광고 예산을 마련할지 조사해봤더니 기존 신문 광고를 72% 줄이고 중소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69%, 지상파는 2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종편이 도입되면 지상파-종편-유료 방송간 비대칭 규제가 있어선 안된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케이블 업계를 대표한 방효선 CJ E&M 본부장은 "'슈퍼스타K'가 케이블에서 유일하게 19~20% 가구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지상파 프로그램을 포함한 전체 순위는 144위일 정도로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라면서 "우리도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방 본부장은 "작년 지상파 광고 비중이 76%였고 유료 방송 광고 24%를 200개 PP가 나눴다"면서 "지상파 3사가 대기업 3군데 같이 중소기업 200개가 하는 것 갖고 파이 싸움 하니 안타깝다"고 따지기도 했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고산업 육성전략 컨퍼런스에서 방송-광고업계 관계자들이 방송광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고산업 육성전략 컨퍼런스에서 방송-광고업계 관계자들이 방송광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김시연

이에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방송 광고 침체는 규제 때문만이 아니라 더 효과적이고 발전적인 매체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약한 부분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지 광고 총량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방송-광고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강 사무총장은 "총량제-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차라리 VOD(주문형 비디오)를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광고가 지나치게 많으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따졌다.

또 의약품을 재분류해 광고가 허용되는 일반의약품을 늘리자는 광고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강 사무총장은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풀면 약품 오남용이 우려되는데 광고까지 허용하면 재분류는 더 어려워진다"면서 "일반의약품도 부작용이 있는 만큼 방송광고 발전 못지않게 국민 건강과 사회적 영향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고주들, 인터넷-모바일 등 스마트 미디어로 눈돌려"

광고학계에선 방송 광고 확대가 제한된 상황에서 종편 등장 이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만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래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7~8년간 광고주 예산이 동결돼 제한된 시장을 누구 몫으로 가져가는가 하는 경쟁"이라면서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지상파-종편-케이블간에 광고 영업을 놓고 무한 출혈 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방효석 본부장 역시 "유료 방송도 내년 종편 나오면 어려워지고 망하는 데도 많을 것"이라면서 케이블 업계 위기감을 전했다.

정작 광고주들은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TV 등 광고 효과 입증이 쉬운 스마트 미디어 광고와 해외 광고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사장 출신인 이순동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은 이날 오전 축사에서 "최근 광고 트렌드는 전통적인 TV, 신문 광고가 아닌 소셜 미디어와 연계하고 광고 효율을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미디어 광고가 공존하려면 광고 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홍헌표 본부장 역시 "슈퍼스타K가 이슈가 되면 네이버 검색어 10위 안에 참가자들 이름이 뜬다"면서 "시청자들이 TV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는 얘기인데 지상파 시청률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안대천 교수는 "광고주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오면 광고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면서 "질 좋은 광고 상품을 개발해야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기업도 성과를 거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종편 #조중동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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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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