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10년 3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한 뒤 부축을 받으며 청사로 걸어오고 있다.
권우성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은 두 번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첫 번째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2009년 10월 벌금 15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두 번째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으로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억 원, 추징금 1억 46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현재도 법정 구속되어 감옥에 있다.
현재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준 것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2일에는 자택 압수수색까지 나서, 공정택에 이어 불명예 퇴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어버이연합, 조중동 등은 한 목소리로 곽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억 원이 순수한 지원이 아닌 대가성 자금이고, 교육감의 생명이라는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공정택과 곽노현은 얼마나 닮았고 무엇이 다를까?
학원장 선거자금 받은 공정택, '대가성 없다' 무혐의 처분2008년 7월 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전 교육감은 강남 3구의 몰표에 힘입어 1% 박빙의 차이로 주경복 건국대 교수를 누르고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2008년 10월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 자금 중에 사설학원 원장에게 받은 7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면식도 없다던 사학 이사에게 3억 원을 비롯하여 자율형사립고 설립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하나그룹 김승유 회장, 학교급식업체 사장, 학교공사업체 사장, 교장과 교감, 교사 등에게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것이 계속적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는 그 다음해에 교장으로 승진한 이들도 있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공정택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2009년 1월 검찰은 이 모든 고발 내용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대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유일하게 기소한 것은 공정택이 차명계좌로 가지고 있던 4억 원의 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공정택 전 교육감과 돈을 준 학원장, 교장, 사학 이사장, 급식업체 사장, 공사업체 사장의 관계가 의심은 가지만 직접적인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이 업무연관성이 없다면 도대체 업무연관성이 있는 관계는 대체 무엇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검찰은 공정택 전 교육감 수사에 대해서 거의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언론, 시민단체, 국회에서 먼저 사실을 밝히면 마지 못해 수사하는 양상이었다. 곽노현 교육감과 관련해서 거의 매일 언론에 생중계하듯 미확인 사실들을 마구 흘리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검찰은 2008년 12월 공정택 선거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이미 8월에 철수한 선거사무실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고, 공정택의 자택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서는 2일 전격적으로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검찰은 "증거가 있든 없든 수사 절차상 필요해서 압수수색을 나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은 중대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다는 국민의 인식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정택 부인의 4억 원 차명 예금은 출처 조사도 안 했다2008년 검찰은 공정택 전 교육감 부인이 고교 동창 등의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세탁을 거쳐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4억 원에 대해 재산신고 누락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그 돈은 애초 자금의 성격이 아니고 '신고 누락' 자체가 수사 대상이었다는 이유로 출처를 문제 삼지 않았다. 지금 곽노현 교육감은 부인, 친척, 친구, 선거 관계자까지 출처를 따지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행태이다.
공 전 교육감의 부인은 당시 아무런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였는데 어떻게 4억 원을 마련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법원은 "육◯◯(공정택 전 교육감의 부인)의 수입에 비추어 이 사건 계좌에 보유하였던 4억3213만3025원이라는 거액을 육◯◯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마련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점"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돈을 불법 비자금으로 추측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은 출처를 수사하지 않았다.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것만 심의·판결할 수 있다는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으로 이 자금의 출처에 대한 수사는 그냥 묻혔다. 그럼에도 공 전 교육감이 워낙 박빙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4억 원 차명계좌를 숨긴 것만으로 벌금 150만 원의 유죄 선고를 받고 그는 불명예 퇴진했다. 1, 2심에서 유죄가 나왔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정택이 교육감 직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