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가 교회 신자인 현역 육군 상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자 해당교회가 종교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향린교회(기독교 장로회) 조헌정 목사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기무사 수사관 3명이 이 교회 집사인 설아무개 상사가 살고 있는 군인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 설 상사에게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기무사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설 상사는 21일까지 3일간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 설 상사는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진 후 정밀검사에서 뇌에 종양이 발견되어 다음달 초에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기무사측은 설 상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미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일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린교회 측은 설 상사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 목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평화협정체결 서명은 교회 선교부에서 진행한 것으로 신앙인의 양심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주일날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평화예배에 교회신자들과 함께 참석한 것을 가지고 미군기지 건설 반대집회에 참석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목사는 또 "기무사는 설 집사가 자기소개서에 평화를 지향하고,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신앙고백을 한 것도 문제를 삼고 있다"며 "신앙인의 양심에 따라 행한 일에 대해 기무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린교회 "설 상사 수사는 종교탄압"
향린교회 측은 기무사 수사관들이 설 상사와 가족들에게 '왜 하필이면 향린교회를 다니느냐', '교회 다니려면 가까운 군인교회를 다녀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종교탄압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설 상사에 대한 조사가 "정권 말기에 늘 횡행하곤 하던 매카시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고 밝혔다.
향린교회 교인들은 지난 23일부터 국방부 앞에서 설 상사에 대한 기무사의 수사에 항의하는 일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28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교인들은 "한국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국가기관이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우리의 충심어린 항의가 묵살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말로 항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전한 상식을 갖는 한국사회의 시민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가보안법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했다거나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등의 최소한의 전제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번 기무사의 수사는 명백한 국가보안법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설 상사가 군인이라는 이유로 평화예배에 참석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서명을 한 일을 처벌한다면 이는 문명사회의 기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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