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는 8월 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해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박상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주표 결과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문순 지사는 "투표할 때부터 잘못됐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서 계속 어긋나버렸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 욕심이 표출된 것 같다. 대선 나가고, 안 나가고는 사실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다. (대선 출마 여부를) 누가 물어봤나? 본인 대선 불출마와 무상급식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선 생각 때문에 주민투표를 한다는 게 드러나 버렸다. 이로써 본인까지 정당성을 잃고, 아까운 인재가 여러 가지 문제로 낙마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문순 지사는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과 관련, "승자는 서울시민이고, 패자는 오세훈 시장"이라며 "시민의 뜻이 반영된 주민투표를 두고 다른 정치적 해석을 통해 자꾸 비뚤어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강원도 곳곳에서는 이미 무상급식이 진행되고 있다."강원 정선군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아무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한다. (경제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가를 필요가 없어 선생님이 좋아하고, 급식비를 안 내는 학부모도 좋아한다. 게다가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아졌다. 양구군에서도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무상급식이 잘 되고 있는데, 주민투표를 하고 자신의 진퇴까지 걸면 안 된다."
최문순 지사는 "스웨덴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집'이라는 철학을 갖고 모든 국민을 가족처럼 여기고 차별하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완전한 평등과 보편 복지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며 "우리나라 무상급식 논란에서는 정치인들의 철학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복지는 계급 타협과 국민통합적 성격이 있는 '보편복지'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26일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많은 눈길이 쏠린 상황. 최문순 지사에게 누가 서울시장으로 적합한지 물었다. 대답하기가 다소 곤란한 질문. 그는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을 거론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7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당시 의원직 사퇴서를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강직하게 이명박 정부에 대항했다. 민주당 내에서 진보적 색깔이 가장 강한 사람으로, 개혁적이고 원칙적인 부분이 나와 가깝다. 보수 쪽으로 가서 중도층을 안으려 하지 말고, 국민 요구를 명확하게 대변했으면 좋겠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좋은 분들도 많다. 공정한 경선이 이뤄져, 본선에서 한나라당을 꺾었으면 한다.""가리왕산 경기장 안 지으면, 올림픽 못 한다"인터뷰는 강원도 현안 문제로 이어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최문순 지사는 "겉만 화려한 개발 논리가 아닌,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올림픽을 치르겠다"며 "평화·흑자·환경·민생·균형 올림픽 등 5가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서운 시민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정선 가리왕산 훼손 문제는 환경 올림픽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880m 높이의 3.4㎞ 활강코스가 나오는 곳이 가리왕산 딱 한 곳뿐이다. 답이 없다. 이곳에 활강 코스를 만들지 않으면 올림픽을 못한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적은 쪽으로 코스를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환경단체와 함께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 어떻게 흑자 올림픽을 달성하고 민생 올림픽을 치를 것인가?"건물만 화려하게 지어놓고, 올림픽 이후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상황을 막겠다. 시설 투자를 줄이기 위해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 상암 월드컵경기장처럼 다목적으로 지을 수 있고, 아니면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건물로 짓는 방법도 있다. 또한 올림픽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올림픽 개최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과열되고 있다."땅값이 오른 평창군 등 올림픽 개최지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주민들한테 엄청 혼났다. 땅값 올라봐야 주민들한테 해가 되고,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이제 주민들도 이해한다. 투기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최문순 지사는 알펜시아 리조트 부채 문제를 두고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 실적은 총 분양금액 1조1824억 원의 20%인 2369억 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돈 없는 강원도가 1조7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엄청난 시설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하루 이자만 1억1100만 원이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개발 시대에 막차를 탄 후유증이다. 끈질기고 꾸준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 청구, 자체 감사, 시민 감사 등을 통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하겠다."- 강원도는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다. 하지만 가장 많은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주민들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데. "더 이상 골프장 허가는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 환경 때문은 아니다. 이미 있는 많은 골프장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환경이 좋아서 겉으로 봤을 땐 살기 좋은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 자살률, 알코올 중독률, 호흡기 질환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다. 또 고령화율은 높은 반면, 주민 소득은 매우 낮다. 취업도 잘 안 된다. 우리는 (개발보다는)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