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4차 희망버스 만민공동회'에서 한진중공업가족대책위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와 '압구정 날라리' 노래에 맞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유성호
"이명박씨, 청와대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와) 이리로 와. (……) 희망을 대변하는 김진숙 동지를 죽이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남호 회장은 사람이 아냐."
무대에 오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조남호 회장을 매섭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비정규직 및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질책이었다. 백 소장은 박정희 군사독재 때부터 민주주의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며,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목숨 걸고 하나 외치겠다. 이명박이, 물러가라!"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이에 동조하며 구호를 따라 외치자, 백 소장은 농담을 섞어 한마디했다. "(잡혀갈 수도 있으니) 여러분은 '물러가라'만 하세요."
'길 위의 신부'로 불리는 문정현 신부도 무대에 올랐다. 문 신부는 "평화의 섬 제주도의 강정마을 주민들이 날 파견했다"며 '생태의 보고' 강정마을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문 신부는 "'제주도의 보물'인 강정마을을 지키자는 주민들이 옳지 않은가"라며 "공권력이 국민을 괴롭히면 그건 국민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들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조남호라는, 싸울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아이들과 길에서도 지내며 1년간 투쟁했다"며 "신나게 싸우려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들은 "1~3차 희망버스 때 부산에 와 희망을 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런 여러분이) 한 번 웃을 수 있도록 집 앞 공원에서 연습했다"며 신명나는 음악에 맞춰 춤 실력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정리해고 철회"라는 글자판을 들고 무대에 올라오는 것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해고자 가족들의 공연 직후, 85호 크레인에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전화 연결이 됐다. 처음에는 전화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1명(김 위원)의 "여보세요"와 수천 명(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여보세요"만 오갔다. 그러나 간절함이 통했는지 전화는 다시 연결됐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다. 희망이 보이고 있다. 모두 여러분의 힘이다"라며 "전국에서 올라와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측은 이날 청계광장을 찾은 이가 7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 희망버스 기획단 측은 "경찰이 차벽 등을 통해 지나치게 막고 있고 전국적으로 벌초 등을 진행하는 시기여서, 원래 예상했던 1만여 명보다 적은 것 같다"고 밝혔다.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계광장에서는 "김진숙을 살리자",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등의 발언과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발언자 중에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도 있었다.
춘천에서 왔다는 이 부부는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간 기억을 잊지 못해 다시 왔다"며 "우리 피로연에 참가해줘서 고맙다, 희망 부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일본에 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따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30대 여성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여성은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가,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10시 현재, 일부 참가자들은 "평화행진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경찰이 막아서고 있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경찰에 의해 길이 막히자, 일부는 청계천 아래쪽 보도로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2신 : 27일 오후 8시]
"정리해고·비정규직, MB가 책임져라"... 수천 명 청계광장에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