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코퍼레이션의 지배주주이자 CEO인 루퍼트 머독
AP=연합뉴스
조중동 방송 하면 떠오르는 게 미국의 폭스(Fox) 네트워크다. 폭스 네트워크는 후발주자임에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되었다. 폭스 네트워크의 소유주는 황색 저널리즘과 우익 편향 보도로 항상 논란이 되어 왔으며 최근 영국에서 부도덕한 해킹 스캔들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루퍼트 머독이다.
머독은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지배주주이자 CEO이고, 폭스 네트워크는 뉴스 코퍼레이션의 일부인 폭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에서 소유하고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세계에서 둘째가는 다국적 미디어그룹인데 폭스 네트워크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수많은 신문, 잡지, 영화사, 위성방송, 케이블 등을 거느리고 있는 언론재벌이다.
폭스 네트워크에 소속된 TV방송국들은 폭스 뉴스 채널이 제작하는 뉴스를 내보내는데, 뉴스보도의 와중에 교묘하게 보수적인 관점과 주장을 섞어서 내보냄으로써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오락 프로그램에 치중한다는 비판, 방송에 부적절한 저질스러운 표현이 다른 네트워크 방송사들에 비해 많다는 비판 등이 제기되었다. 막대한 자본력과 함께 공익을 무시하고 시청률만 올리겠다는 몰염치한 황색 저널리즘 정신이 폭스 네트워크가 영향력을 확대한 배경이다.
기자에서 도둑으로... 폭스에 절대 발들이지 마라폭스 네트워크의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광고주와의 결탁을 통해 노골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례 하나만 소개한다.
1996년 폭스 네트워크 소유의 플로리다 WTVT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방송국은 에미상 수상자이며 끈질기고 대담한 취재로 유명한 스티브 윌슨과 제인 에이커 부부 기자팀을 영입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부부 기자팀의 첫 번째 작품은 인공합성 성장호르몬을 맞은 젖소에게서 생산된 우유 속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음을 폭로하는 4부작 심층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 방영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방송국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시청자들은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던 때, 세계 굴지의 농업분야 다국적 기업이며 특히 유전자 조작 종자 분야의 선두주자인 몬산토(Monsanto)사에서 보낸 편지가 폭스 뉴스 사장에게 도착했다. 이후 갑자기 방송국 간부들은 다큐멘터리의 방영을 뒤로 미루고 윌슨과 에이커 기자에게 내용수정을 요구했다.
몬산토사는 과거엔 고엽제와 제초제, 다이옥신을 생산하며 이것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했던 회사로, 80년대 이후 유전자조작 식품개발에 주력한 회사다. 우유생산량을 높여준다는 소의 인공합성 성장호르몬 '포실락'을 개발한 곳이 바로 이 몬산토다. 몬산토는 조작된 데이터와 로비로 '포실락'을 FDA에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던 것이다.
윌슨과 에이커의 다큐멘터리는 무려 일흔 번이 넘는 수정작업이 이루어졌고 방영일은 여섯 차례에 걸쳐 뒤로 미뤄지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WTVT의 보도국장은 밤샘작업을 거친 수정본을 들고 찾아갈 때마다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몬산토사에서 나온 변호사의 요구대로 수정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단지 방영을 불허하는 것을 넘어서 왜곡된 내용으로 보도를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뜻을 굽히지 않는 기자들에게 "정말 여기서 이렇게 죽고 싶어?"라며 윽박지르고 "이런 식으로 불복종하면 48시간 내로 해고하고 다른 기자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윌슨이 "그러면 연방통신위원회에 고소하겠다"고 하자, 회사를 떠나고 몬산토사의 진실에 대하여는 함구할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협박과 회유가 실패하자, 폭스사는 두 스타 기자를 해고하고 그들을 '도난' 혐의로 고소하였다. 방영하지 않기로 한 기사 내용 일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므로 그들이 '도둑'이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전도유망한 저널리스트였던 윌슨과 에이커는 그 후로 몇 년간을 생업도 없이 법정싸움에 휘말려야 했고, 끝내 다큐멘터리는 제대로 방영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인공합성 성장호르몬 우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발암물질 수준이 높은 우유가 아무런 표기도 없이 유통되고 있다.
'삥땅' 광고영업 어쩌나... 미디이렙 지정 법안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