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은 시리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슈피겔>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자가 쫓겨난 데 이어, 42년 동안 리비아에서 군림한 카다피도 몰락 직전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러한 '아랍의 봄'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철권 통치를 하고 있는 시리아에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들은 3월 중순부터 여섯 달째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는 핏빛 진압을 이어가며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고 있다.
독일 언론 <슈피겔>은 24일(현지 시각), '시리아의 핏빛 라마단'이라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는 탱크 등을 동원한 무력 진압,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저격수, 사람들을 공격하는 친정부 민병대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리아 현지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동안 시리아 상황에 관해 적잖은 보도가 나왔지만, 이 기사처럼 시리아 내부 모습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은 많지 않았다. 시리아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기사이기에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중간 제목은 기자가 단 것이다.
소녀들 사살해 놓고 "심장마비였을 뿐"매일 밤, "유령"이 찾아온다. 그들은 웃음 띤 얼굴로 견과류를 씹으며 곤봉을 들어올린다. 이들은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 즉 "유령"이다(기자 : 샤비하는 유령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정권을 위해 일하는 폭력배다. 저녁 기도가 끝나는 밤 10시, 샤비하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감히 대통령이나 정권에 반대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죽일 준비를 하고, 주차된 차들 사이에 무장을 한 채 숨어 있다.정권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무리 짓지 않고) 한 사람씩, 신속하게 그리고 조용히 모스크를 떠나 라마단 축제로 조명이 환한 거리로 자취를 감춘다. 통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리아에는 아무 일도 없다. (시리아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단지 시오니스트, 알 카에다 지지자, 아랍 위성 방송이 꾸며낸 음모일 뿐이다. 항구 도시 라타키아에서 소녀가 살해됐다는 소문? (통치자들의 말에 따르면) 단지 심장마비였을 뿐이다. 다마스쿠스 인근의 미단에서 몇 달 전 수천 명이 모여 (민주화) 시위를 했다? (통치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니다. 그들은 비가 내리자 감사 기도를 올리기 위해 모인 것일 뿐이다. (기자 : 라타키아는 시리아 정부가 탱크 등을 동원해 시민들을 공격한 곳이다. 그 과정에서 열 살도 안 된 소녀들도 곳곳에서 사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
"탱크에 이어 군함까지... 움직이는 건 다 표적">, <
누가 3세 여아 눈에 총탄을 쐈나> 참조. 그리고 시위가 아니라 일상적인 다른 행사일 뿐이라고 호도하는 일은 이집트에서도 일어났다. 무바라크를 몰아내기 위한 시위에 참가했던 한 이집트 시민은 '시위가 아니라 결혼식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고 국영방송이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
"친구는 비디오 찍다 죽고, 난 고무탄 50발 맞고"> 참조.)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사람은 이 도시가 겉으로는 변한 게 없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한다. 도심에 탱크도 없고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다마스쿠스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자바다니만 가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휴양 도시인 자바다니는 군대에 포위돼 있다. 몇 주 동안 거의 매일 밤, 500~4000명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했다. 시위가 일어나면 먼저 "유령"이 공격을 하고, 그 다음에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보안 기관"의 요원들이 시위대를 죽이고 있다. 자바다니에 더 이상 여행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