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의 파국, 원인과 해법은?

등록 2011.08.25 17:48수정 2011.08.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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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남측 기업들의 재산 및 이권 보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 모든 재산에 대한 실제적인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남아 있는 인력은 72시간 안에 나가야 한다"고 통보했다. 8월 23일 남한 정부도 이에 대응하여 '법적·외교적 조치'를 언급하면서, 금강산 내 직원 16명 전원을 남쪽으로 복귀 시켰다. 금강산 관광이 파국을 맞이하고 있는 광경이다.

금강산 관광의 파국원인은?

금강산 관광의 파국은 정부의 정책 오류가 핵심적 원인이다. 국제관계에서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방법에는 설득, 타협, 위협이 있다. 설득은 상대의 외교목표를 감안하여 설득하는 방법, 즉 '자신의 제안이 상대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의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이다. 타협은 의사교환으로 상대의 양보의사 및 정도를 파악한 후, 양보와 획득(give and take)을 취하는 방법이다. 위협은 정치․경제적 불이익을 암시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이다.

먼저 남한 정부는 외교교섭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최소 투자와 최대 이익을 위해, 외교교섭은 단계적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즉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며, 설득으로 안 되면 타협하고, 타협으로 안 되면 위협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위협을 사용하면 외교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설득과 타협으로 가능한 사안에 위협을 사용하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협으로 국가목표를 획득하더라도, 이후 국가간 관계는 위협과 굴복 내지 대립과 갈등관계로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강산 문제에서 남한 정부는 설득과 타협을 제쳐두고, 최초부터 위협이라는 최종 수단을 사용했다. 박왕자씨가 피살되었을 때 금강산관광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당국간 실무회담과 회담제의에서, 진상규명,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요구라는 남한의 주장만 되풀이 했다. 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재산 처분 및 남측 성원 추방을 통보하자, 남한은 모든 책임을 북한에게 전가하면서 금강산 체류인원을 복귀시켰다. 금강산 문제의 발생부터 지금까지, 남한은 정치적․경제적 약자인 북한의 복종만을 강요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한 정부는 외교교섭 방식을 잘못 선택했다. 위협은 ① 위협국의 정치·경제적 힘이 강력해야 하며, ② 위협국의 목표가 중대해야 하고, ③ 위협국이 강력한 조치를 행한 전력이 있어야 하며, ④ 위협을 당하는 국가의 힘이 약해야 하고, ⑤ 위협을 당하는 국가가 해당 목표를 중시하지 않아야 하며, ⑥ 위협을 당하는 국가가 동맹국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북한 관계에서 위협적 방법이 성공할 수 있는 요소는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 ① 남한의 정치·경제적 힘이 우위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못하며, ② 북한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는 못되고, ③ 남한이 북한에게 위협을 사용하여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④ 남한에 비해 북한의 힘이 약하기는 하지만 복종을 강요당할 정도는 아니고, ⑤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한에게만 의지하지 않아도 되며, ⑥ 북한에게 중국이라는 맹방이 있다. 한마디로 남한의 위협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부의 해법은 의미가 없어

남한 정부는 "북한의 조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게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법적·외교적 조치를 강구해 나간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법적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제소는 계약당사자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와 현대가 합의해야 가능하다. 당사자들이 중재에 합의하더라도 현대가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로 아태가 손해를 입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한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북한이 중재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중재결과를 구속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거의 불가능하다. 재판소법 제34조 1항이 "국가만이 재판소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아닌 아태와 현대는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된다고 해도 관할권 성립이 어렵다. 국제사법재판소 제1항 및 제2항에 의해 ① 쌍방의 특별합의, ② 일방적 제소와 타방의 동의 추정, ③ UN헌장․조약․협약에 규정된 사항, ④ 선택조항의 채택선언에 의해서만 관할권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③에 의해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아태가 손해를 입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에, 현대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승리하더라도 아태가 이행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정 제 59조는 "재판소의 결정은 당사국간 및 특정사건에 관한 것 이외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외교적 조치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 유엔 외교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엔총회가 국제평화 내지 인권과 관련 없는 현대와 아태간 이익분쟁을 의제로 채택할 리가 없다. 역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분규나 분쟁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보장이사회의 토의대상도 아니다.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 같은 유엔 산하기구회의에 참석하여 북측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타국의 관심을 확보하기 어렵다. 남한 기업인 현대와 북한 로동당 외곽기구인 아태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쳐, 북한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법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에게 그리고 혈맹관계가 복원되고 있는 러시아에게, 북측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현대의 재산권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대답을 주겠는가? '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라는 북핵문제에서 나타난 두 국가의 행태를 볼 때, 남북 사이의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하는 선에서 책임을 끝낼 공산이 높다.

국익에 부합되는 해법은?

북한이 저자세로 남한에게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대화를 요청할 가능성은? 2011년 8월 3일 북한이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와 체결했다고 하는 금강산관광 양해각서가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였거나,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남한의 현대만큼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할 때이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과 경협이 남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현 남한 정권이 가장 바라고 싶은 방향이자, 가장 부담이 적은 정책이다.

북한이 남한과 대립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화를 요구할 가능성은? 북한이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의 의중에는 남북관계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의 경제재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은 체제 경쟁적 관계이기 때문에 공개 사과와 저자세를 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남한이 적절한 지점을 파악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4월 8일 북한이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할 때,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으면,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대립관계를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은?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가 북한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며,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과 경협이 북한 경제를 안정시키게 되는 경우이다. 북한에게 남한은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물론 개성공단도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넘어가게 되고, 남북한 사이에 모든 문은 닫히게 된다. 만약 이러한 경우가 닥친다면 국익의 관점에서 그리고 가진 자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대립관계는 남한의 국익에 반하며, 가진 자는 가지지 못한 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제무대에서 국가의 대외정책은 신뢰, 자존심, 이념이 아니라 국익이라는 점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금강산 관광 파국일지

2008년 0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북한 초병에 피살
남한 금강산 관광 전면중단 선언
2009년 02월 08일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남한 박왕자사건 진상규명,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요구
북한은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 - 회담 결렬
2011년 04월 08일 북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취소
2011년 07월 25일 남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
북한 남측 부동산에 대한 법적 처분을 위한 실무회담 제의로 결렬
2011년 07월 29일 북한 남측 부동산 처분기한 3주내에 남측기업 개별적으로 입회하라고 통보
남한 거부
2011년 8월 03일 북한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와 금강산관광 양해각서 체결
2011년 8월 22일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측 재산 법적 처분 및 72시간 내 남측 성원 추방 통보
2011년 8월 23일 남한 금강산 관광지구내 체류인원 16명 전원 복귀조치
#금강산 관광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취소 #현대그룹 #금강산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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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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