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혜문 씀, 동국대학교출판부 펴냄, 2011년 8월 10일, 12,000원)
동국대학교출판부
의궤는 실록과 짝을 이루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입니다. 실록이 글로 이루어진 기록이라면, 의궤는 글과 그림으로 의전 절차를 기록한 것이지요. 조선에서 세계 최고로 꽃피운 기록문화의 전통을 입증하는 것이 실록과 의궤입니다. -224쪽-잘된 보고서는 내용도 좋지만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도 또렷합니다.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는 잘 기록된 실험노트 만큼이나 내용과 구성이 또렷합니다.
환수운동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를 설명해주는 배경이 분명합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 때 그 때 벌어지던 사회적 상황이나 배경, 취했던 방법이나 절차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 만큼 진행하는 과정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절차와 방법에 따라 얻어진 '결과'가 바로 환수운동으로 되찾은 <명성왕후국장도감의궤>와 같은 조선의 보물 환수입니다.
결과야 목표로 하였던 조선의 보물들을 반환한 것이지만 반환운동을 통해 얻어낸 결론은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는 진리입니다.
실용주의 정부, 실용적 생각의 소유자였던 '이토' 그런데 정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뜻밖에도 이번 일본 방문에서 과거사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경제협력'에 비중을 두다 보니 그런 결론이 도출된 모양이다. -153쪽-이토는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할 것이 아니라, 통감정치를 통한 반식민지 상태에서 경제적·문화적 지배를 잘하면 충분하다는 실용적 생각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154쪽-환수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빼앗긴 민족의 자존심'과 '실록에 기록된 역사의 정신'을 찾고자 했지만 실용주의를 앞세운 경제논리에 좌절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었음을 어림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는 똑같은 형태로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진보 및 발전을 이룬다. 그런데 최근 평화헌법의 개정을 둘러싼 일본의 움직임, 팽창주의가 가속화되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 100년 전의 사건과 연관성을 느낀다. -209쪽-
이 책을 쓴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누구라도 이런 책을 쓰게 하는 일, 일본의 침략과 문화재 강탈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사실입니다. 이런 불행한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하는 또 다른 웅변이자 호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명성왕후 '시해' 표현, 반드시 수정되어야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인들에 의해 명성왕후가 시해'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혹자는 시해란 용어가 정확하게 맞지 않는다 해도 명성왕후가 '국모'이기 때문에 높임말로 시해란 용어를 써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弑'란 단어의 용례에 대한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시弑는 왕이나 왕비의 죽음에 대한 높임말이 아니라, 반역을 일으킨 자의 패륜을 꾸짖고 경고하기 위한 말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명성왕후 시해'란 표현은 적절한 용어로 수정·대체되어야 마땅하다. 시해란 용어는 '조선 내부의 권력투쟁에 의해 조선인들이 명성황후를 죽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본의 증거 조작과 허위 문서로 인한 농간에 빠져 버린 듯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한자어를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명성왕후 시해'란 표현은 다분히 '내부의 권력투쟁에 의해 조선인들이 명성왕후를 죽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215쪽-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스님께서는 환수운동에 그치지 않고 왜곡되거나 오해 될 수 있는 역사적 용어까지 올곧게 바로 잡으려 했음을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의궤와 같은 실록이 아닐지라도 '역사의 정신'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에게는 사전 답사기가 되고, '빼앗긴 민족의 자존심' 회복하려는 사람들에겐 자존심을 회복하는 방법을 그리는 밑그림으로 소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인 혜문 스님이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를 통해 진짜로 방점 찍고, 역설하고자 했던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 진실'과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는 진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혜문 씀, 동국대학교출판부 펴냄, 2011년 8월 10일, 12,000원)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
혜문 지음,
동국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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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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