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혹 카지노워싱턴의 전철역에 붙어있는 한국인 호객 카지노 광고. 미국내 한국교포들의 경제력 신장은 최근들어 특히 눈부신데, 카지노 업체들이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고 있는 건 아닐까.
김창엽
보스턴에 이어 워싱턴은 '아들 셋'의 도시 게릴라 전을 예행연습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워싱턴과 보스턴 시내에는 별 네 개 혹은 다섯 개짜리 특급호텔들이 즐비하다. 헌데 이들 특급호텔들은 우리 일행의 꿈속에도 등장할 수 없는 최고급 숙소들이다. 1인당 달랑 몇 백 달러로 대륙을 누비며 한 달을 버틴다는 우리들의 결심은 특급호텔에 묵는 순간, 아마 하룻밤의 꿈처럼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대신 우리들은 도시 주변에 '야영 진지'를 치고, 도시를 공략하는 게릴라전을 기획했다. 전통적인 빨치산 방식과 다른 점이라면 밤에 숲 속에 머물다가 정반대로 환한 대낮에 도시로 치고 들어가는 거였다. 금명 단행될 뉴욕 침투는 '아들 셋'이 불꽃을 피우는 도시 게릴라전의 최종 대공세가 될 예정이었다. 하루 온 종일을 보내기로 한 이날의 당일치기 워싱턴 공세는 그러니까, 대대적인 뉴욕 캠페인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 훈련을 겸하는 것이기도 했다.
차로 5분 거리에 전철을 끼고 있는 그린벨트 공원은 워싱턴 공세를 펴기에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남은 일은 미국의 심장, 워싱턴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릴 수 있도록 '아들 셋'의 배를 든든히 채우는 거였다. 이 대목에서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근사한 식당은 가지 못할망정, 하다못해 햄버거라도 충분히 사 먹일 수 있다면 그런대로 미안한 느낌은 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극도로 얇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나의 메뉴 선택권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소시지, 달걀, 우유. 이날 아침도 슈퍼마켓에서 걸어 나오는 내 손에는 이들 3가지 식료품이 들려 있었다. 소시지, 달걀, 우유는 미국의 저소득층들이 애호하는 식품이다. 값이 싸면서도 상당한 열량을 보장한다. 어려운 경제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초 식료품의 값이 무척 싼 것을 나는 미국에서 폭동이 쉬 일어날 수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본다. 이들 3가지 식품에 물론 빵을 추가할 수도 있다.
'아들 셋'은 내 눈에 나태한 도시인의 전형이다. 하지만 한 번도 세끼 식사를 두고 불평한 적이 없다. 아니 불만스러운 표정조차 지어 본 적이 없다. 졸지에 유랑인 패거리의 두목이자, 게릴라 대장 행세를 하게 된 나로서는 눈물 나게 그들이 고마울 뿐이다. 떠돌이 여행자들에게 먹는 문제는 최대의 현안이자, 우선 해결해야 할 매일 매일의 당면 과제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돈이 무섭고, 한끼라도 건너뛸라치면 비감한 생각마저 든다. 먹는 게 곧 생존이다. 끼니 때가 되면 '아들 셋'의 굵직한 목 울대를 타고 넘는, '꿀꺽'하는 침 소리가 가슴을 철렁하게 할 만큼 크게 들린다.
덧붙이는 글 | cafe.daum.net/talku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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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방지' 식품 소시지·달걀·우유...이거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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