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내가 나를 찍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데, 그 날은 기이하게 늘어나버린 내 모습을 찍고 또 찎었다.
김민수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30년,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 그 추억의 소나무 밭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처서를 하루 남겨둔 여름의 끝자락, 그 여름의 끝에도 여름바다는 젊음의 열기로 뜨거웠다. 사계절 중에서 여름이 젊음의 계절인 이유를 알겠다.
오랜만이었다.
일몰이 시작되면서부터 아주 늦은 밤을 넘어 새벽까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홀로 있으면 너무 외롭거나 밤바다가 무서워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휴가의 끝자락의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는 사람은 외로움과 무서움 모두 떨쳐버리게 했다.
밤이 깊을수록 바다는 잠잠해졌다.
썰물에 파도소리도 저 먼 바다로 가버렸다.
썰물에 드러난 모래밭, 그곳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속살이었다.
그 살 위에 그림자가 새겨진다. 오랜만에 담아보는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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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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